선학평화상 수상 2인 기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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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8억여 명이나 되는 사람이 먹을 게 없어 굶주리고 있다. 잘사는 나라 사람들은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먹거리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양상이다. 식량 자원은 미래 인류를 위한 가장 시급한 문제이면서도 유엔 등 국제무대와 선진국들에서는 아직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식량 문제란 으레 아프리카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점점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 빈국들로 확산되면서 전 지구촌의 문제로 부각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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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두구 비제이 굽타 - 제1회 선학평화상 수상 기념서/모다두구 비제이 굽타 지음/선학평화상위원회 사무국 옮김/미래북/1만5000원

인도의 생물학자 모다두구 비제이 굽타(76)는 식량문제를 일찍이 내다본 선견지명의 과학자다. 그의 조국은 인도이지만, 동남아시아의 각국으로 확산하는 기아문제의 실상과 사회 불안을 목격했다. 식량 부족으로 고민하는 동남아 각국 정부에 자신의 어업 노하우를 전수해 대성공을 거뒀다.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만든 선학평화상위원회는 굽타 박사의 숭고하고 차원 높은 인류애를 칭송하면서 제1회 선학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평화상위원회는 굽타의 이 같은 ‘구도와 같은 여정’을 책으로 엮어 세상에 알리고자 이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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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굽타가 간직한 인류애는 선친의 가르침에서 비롯됐다. 그의 선친은 “기술과 지식은 가난하고 무지한 이웃을 위해 써야 의미가 있다”는 평소 지론을 물려주었고, 자신은 이를 실천하기에 이르렀다.

굽타는 방글라데시에서 자신의 선견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재래식 농업을 답습하는 농부들에게 새로운 물고기 양식법을 가르쳤다. 오랜 내전으로 사회도 불안했고 생명의 위협도 느꼈다. 하지만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와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굽타는 저비용으로 고단백 고칼로리를 섭취하는 수단이 물고기 양식임에 착안했다.

굽타의 노력으로 주민들은 3∼5개월 만에 양식기법을 터득했다. 헥타르당 수백 킬로그램에 불과하던 물고기 수확이 1.5∼2.5t으로 급증했다. 주민들은 새로운 소득원을 발굴했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를 확산·장려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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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도 출신 학자 굽타의 ‘선행’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도 했다. 혹시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굽타는 먼저 농부들에게 다가갔다. 그들과 함께 농장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이런 우려를 씻어냈다. 헌신적인 눈높이 교육 끝에 새로운 양식기술을 전파할 수 있었다. 

굽타의 노력으로 현재 방글라데시 양식업 종사자의 60%가 여성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의 인권 향상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굽타는 책에서 “가정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늘어나자 남편들은 더 이상 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면서 “가정 폭력도 당연히 줄어들었으며, 무엇보다도 여성들이 기뻐한 것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난한 농부들이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더 쉽고 간단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기술 개발에 땀을 흘리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굽타를 가리켜 “기적을 이뤄낸 동남아 빈민의 성자’로 칭송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굽타 박사는 “나의 평생 목표는 굶주림과 가난을 줄여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인데 이번 선학평화상 수상은 이 목표로 나아가도록 새 에너지를 줬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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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테 통 - 제1회 선학평화상 수상 기념서/아노테 통 지음/선학평화상위원회 사무국 옮김/미래북/1만5000원

제1회 선학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아노테 통(63)은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공화국(Republic of Kiribati)의 대통령이다. 호주 동남쪽 남태평양상에서 아름다운 33개의 산호초 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그러나 평균 해발고도가 2m에 불과하다.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돼 해수면이 상승하면 이 나라는 바닷속에 잠길 수밖에 없다. 인구 10여만명의 나라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시한은 2050년 무렵.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나라가 바로 키리바시공화국이다. 작은 섬나라의 일이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이제 인류의 발등에 불 떨어진 격이다.

아노테 통 대통령은 쉴 새 없이 전 세계를 찾아다니면서 바닷속에 잠길 나라의 위기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면서 전 세계적 해결책 모색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노벨상 후보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의 절박함 외침은 한국에도 알려졌다. 선학평화상위원회는 아노테 통 대통령의 눈물겨운 노력과 헌신을 칭송하면서 제1회 수상자로 발표했다. 그의 수상 소감을 통해 현실을 보다 실감할 수 있었다.

“저희 키리바시공화국은 이번 세기 내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바닷속으로 사라질 나라의 대통령의 목소리는 선학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더 크게 울리고 있다. “(남태평양상의) 여러 국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한국은 역동적이고 발전한 국가입니다. 선진기술로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공 섬이나 해수면보다 높은 거주지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키라바시공화국은 전례 없는 사례이기에 기존 해결책의 경계를 넘어서 찾아야 합니다.”

“우리, 우리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손자들 모두 기후 변화에 생존을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어느누구도 버려지지 않는 긴급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갖가지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 2006년에는 ‘피닉스제도 보호구역’을 설정해 발표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온전히 보존된 산호수역인 피닉스제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의 노력으로 피닉스제도는 2010년 세계 최대 규모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태평양 23개 섬나라의 협력체인 ‘태평양해양경관 관리협의회’ 구성도 주도했다.

선학평화상위원회를 1년여 이끌어온 홍일식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21세기 들어 기후 변화와 식량위기로 인한 재앙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머지않아 전 지구적 위기로 커져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징후가 보이고 있다”며 “이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할 지혜를 주체적으로 모색하고 행동하는 것을, 미래 평화 어젠다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평화상위원회에는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사무총장과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전 일본 방위청 장관, 호세 드 베네시아 전 필리핀 하원의장 등 16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100만달러와 메달이 주어졌다. 위원회는 각국 저명인사와 국제 규모의 수상자, 세계적 권위를 가진 학술단체와 비정부기구 등을 통해 66개국 182명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1년 동안 심사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출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