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설립자 탄신·기원절 4주년 기념]

선학평화상 공동수상자 인터뷰-아프간 여성 교육자 사키나 야쿠비 박사

 난민은 분쟁과 전쟁으로 얼룩진 지구촌의 아픔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2015년 글로벌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 수는 1612만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유럽 각국도 난민에게 열었던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난민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오갈 데 없는 난민을 위해 20여년 동안 힘써온 사람들이 있다. 지구촌 분쟁지역에서 긴급 의료구호를 펼쳐 800만명을 살려낸 이탈리아 의사 지노 스트라다(68) 박사와 아프가니스탄 난민촌에서 교육으로 난민 재정착 해법을 제시한 아프간 여성 교육자 사키나 야쿠비(66) 박사다. 제2회 선학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두 사람은 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들은 지난 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난민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이들을 위한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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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키나 야쿠비 박사가 지난 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난민 교육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사키나 야쿠비 박사는 미국에서 풍족한 교수의 삶을 버리고 고향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와 난민을 위한 교육에 앞장섰다. 1995년 체계적인 교육환경을 마련하고자 아프간학습연구소(AIL·Afghan Institute of Learning)를 설립해 1300만명의 난민들을 교육했다. 특히 여성 교육이 금지된 탈레반 정권 하에서 80여개의 비밀학교를 만들어 3000명 넘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가르쳤다.

야쿠비 박사는 “난민이 되면 삶의 터전뿐 아니라 자존감까지 잃게 된다”며 “이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가르치려면 전 세계가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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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 소감을 부탁드린다.

“상을 받게 돼 너무 흥분되고 행복하다. 세계적으로 여러 문제들이 난립한 상황에서 난민 문제를 재조명해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고 특히 평화상이라서 큰 의미로 다가온다.”

― 난민들에게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교육은 개인의 도덕성과 가치관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성을 교육시키면 아이들이 어머니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그것은 곧 가정 자체를 교육시키는 일이 된다. 한 가정을 교육시키는 일은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를 교육하는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 미국에서 교수의 삶을 포기하고 귀국해 교육운동에 전념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좋은 교육을 받았고 직업을 구했다.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가족과 나 자신을 먹여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 두고 온 남동생과 여동생을 늘 생각했다. 나는 잘살고 있었지만 우리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내가 미국에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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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2회 선학평화상 시상식에서 한학자 총재가 수상자인 사키나 야쿠비 박사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텐데.

“아프가니스탄에는 여성 교육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늘 조심스러웠다. 탈레반 정권 하에서는 비밀학교를 설립해 교육해야 했다. 이런 사실이 들통나면 교육받는 아이들과 여성들뿐 아니라 교사들과 나도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중에는 안전한 교육을 위해 지역사회 리더를 만나 교육이 위험한 게 아니라 사회를 더욱 풍족하게 하는 일임을 설득했다.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필요했다. 그 과정이 정말 오래 걸렸다.”

― 난민에 적대적인 미국 트럼프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 난민도 인간(human―being)이다. 특이한 개체나 존재가 아닌 우리와 함께 하는 인간이다. 난민은 단순히 그들의 살 곳만 잃은 게 아니다. 자긍심과 자존심 등 모든 것들을 상실했다. 돌아온 난민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피폐해지는 게 현실이다. 난민들은 젊은 층과 여성,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다음 세대를 위한 자양분이고 동력이다. 이런 점들을 명심한다면 미국이든 유럽이든 난민이 처한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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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학평화상의 다음 테마를 추천한다면.

“우리는 사회 전체의 부정의(unjustice)와 패권주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쟁 없는 곳에서 특권을 가진 존재 없이 전 세계 사람들이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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