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모델 출신 할례 철폐 인권운동가 와리스 디리(53)와 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 아킨우미 아데시나(58) 박사가 선학평화상을 받는다.  

선학평화상위원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제3회 선학평화상' 수상자로 아프리카 출신의 디리와 아데시나를 공동 선정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위원회는 "아프리카는 미래 세대가 직면할 위기들이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곳이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인류의 미래 평화가 보장된다"면서 "두 수상자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 이웃들을 위해 인권의 가치를 드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밝혔다. 

 

디리는 수천년 간 지속한 '여성 할례'(FGM)의 폭력성을 세계에 알리고, 이 악습을 종식하기 위한 국제법 제정에 앞장서 할례 위기에 처한 소녀 수억 명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소말리아 유목민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5세 때 할례를 당했다. 슈퍼모델로서 인기가 절정에 달한 1997년 아프리카 여성들을 대표해 할례를 고백했다. 사상 최초다. 이를 통해 세계인은 여성 할례가 종교나 문화적 관습이 아니라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반인권·인륜적 폭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유엔 최초 여성 할례 철폐 특별대사(1997~2003)로 활동했다. 2002년 설립한 '사막의 꽃' 재단을 통해 세계를 돌며 할례 철폐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할례 재건 수술을 보급하고, 아프리카 여성 자립을 돕기 위한 문식성·직업 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

2003년 아프리카연합소속 15개 국가는 여성 할례 금지를 명시한 '마푸토 의정서'를 비준했고, 2012년 유엔 총회는 여성 할례를 전면 금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2030년까지 여성 할례를 근절하기로 했다. 디리의 희생과 노력의 결실이다.  

 

아데시나 박사는 농업경제학자로서 30년 간 아프리카 농업을 혁신해 대륙 전역 수억 명의 식량안보를 개선하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아프리카의 역동적인 성장을 위한 주춧돌을 놓고 있다. 
  
 아데시나 박사는 아프리카 빈농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쌀 생산량 증대 기술 도입, 농부들이 규모에 맞는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수립과 실행, 소규모 농가의 대출 보장, 공공과 민간 농업 투자 증대, 비료 산업 부패 척결 등 아프리카 녹색혁명을 위한 굵직한 농업 정책들을 선도했다.  

 특히 2006년 그가 이끈 '아프리카 비료 정상 회담'은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 정상들을 소집한 역대 최대 고위급 회담이다. 정상들의 정치적 의지를 자극해 2030년까지 아프리카에서 기아를 퇴치하겠다는 '비료에 관한 아부자 선언'을 이끌어냈다. 또 각국 은행, 국제 NGO들과 협업해 1억달러를 구축,아프리카 빈농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았다.   

아데시나 박사는 아프리카의 경제 수장으로서 '식량 공급'을 비롯해 '전력 등 인프라 확충' '산업화' '역내 통합' '삶의 질 향상' 등 5개 주력 목표를 설정해 아프리카 대륙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홍일식(82) 위원장은 "아번 시상에서는 인류 공동 운명을 위한 미래 평화 아젠다로 '아프리카 인권과 개발'을 제시한다"면서 "아프리카 인권과 개발 문제는 세계의 양심에 새겨진 상처이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전 세계인이 풀어야 할 공동과제다. 지구촌이 평화와 공존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가장 소외된 아프리카와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학평화상은 설립자인 문선명(1920~2012)·한학자(75)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의 '전 인류 한 가족'이라는 평화비전을 토대로 제정됐다. 미래세대의 평화와 복지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발굴해 격년으로 시상한다. 단일상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 상금인 100만달러(약 11억원)를 수상자에게 준다. 내년 2월 서울에서 시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