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학평화상위원회가 미래 평화를 위한 의제로 제시한 건 ‘아프리카의 인권과 개발’이었다.

위원회는 9일 제3회 선학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아킨우미 아데시나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총재와 인권운동가 와리스 디리에 대해 각각 아프리카의 농업 혁신, 여성 할례(FGM·여성성기절제) 철폐에 앞장선 공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홍일식 위원장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선학평화상은 인류 미래 평화를 위한 제3회 시상 방향으로 ‘아프리카의 인권과 개발’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진정 평화로운 세계는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는 것만일 수 없다”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 모든 이들의 인권의 존엄이 지켜질 때 비로소 도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왼쪽)가 9일 ‘제3회 선학평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아킨우미 아데시나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총재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아네시나 총재는 수상 연설에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선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그것이 선학평화상이 제게 큰 영감을 주는 이유”라며 “전 세계는 기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자들이 예수님께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의 첫 응답은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시오’였다”며 “식량이 우선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게 바로 제가 선학평화상의 상금 50만달러 전액을 제가 후원 중인 ‘월드 헝거 파이터스(World Hunger Fighters)’ 재단을 위해 쓰려는 이유”라고 소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아데시나 총재는 아프리카가 21세기에 만성적 빈곤을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선 농업을 혁신해야 한다는 비전으로 30년간 아프리카 농업 혁신을 이끌어 대륙 전역 수억명의 식량안보를 개선했다. 그는 “농업은 아프리카 각국의 경제 다각화를 이루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전 세계에서 아프리카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라며 농업 정책을 주도했다.
 

`제3회 선학평화상 시상식`에서 아킨우미 아데시나 박사가 수상 연설을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1990년부터 서아프리카쌀개발협회(WARDA)에서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한 아데시나 총재는 우수한 농법을 아프리카 구석구석에 전달하는 ‘농업-판매 이니셔티브(The agro-dealers initiative)’ 모델을 고안해 전역에 전파했다. 마을 가게가 농부에게 개량된 종자를 팔고 비료와 선진 농법을 전수하도록 돕는 걸 골자로 하는 이 모델은 각국 정부는 물론 비정부기구(NGO)와 적극 협력해 농업 생산량을 크게 높였다. 2015년 그는 “가장 큰 인프라 구축은 도로나 철도, 항구가 아니라 영양 보급을 통한 두뇌 성장”이라며 빌 게이츠, 존 쿠퍼 가나 전 대통령 등과 함께 ‘영양을 위한 아프리카 지도자 이니셔티브’를 설립하기도 했다.

아데시나 총재를 위한 축사에 나선 케네스 M. 퀸 세계식량상재단 회장은 “세계식량상 고문위원회를 대표해 선학평화상위원회가 그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90억∼100억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문제는 궁극적으로 10억∼20억 인구를 가진 지역에서 결정날 것이다. 바로 중국, 인도, 브라질 중심의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가 그 나라들”이라고 꼽았다. 퀸 회장은 “그 성공은 과학과 연구에 대한 투자, 영양 강화, 혁신을 촉발하고 농작물 수확을 증가시키는 도로와 정책 등 농촌 인프라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평화가 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 수상자인 와리스 디리는 여성 할례의 폭력성을 공론화하고 국제사회 주요 인권 의제로 부각해 할례 근절을 선도했다는 게 선학평화상위원회의 평가다. 그는 수상 연설을 통해 “제가 어렸을 때 평화라고 하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다. 처음 경험한 게 바로 폭력이었다”며 “그때 이후로 저는 제 마음 속 많은 변화를 추구했다. 가족의 평화, 이 사회 공동체의 평화, 세계의 평화가 바로 제가 원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제3회 선학평화상 시상식`에서 공동수상자인 와리스 디리 여사가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소말리아 유목민의 딸로 태어난 5살 때 할례를 당한 그는 세계적인 슈퍼모델로 활동하던 시절인 1997년 아프리카 여성 수억명을 대표해 할례 경험을 고백했다. 이후 인권운동가 활동을 시작했고 그해 유엔(UN)의 ‘할례 근절을 위한 인권홍보대사’로 최초 임명됐다. 디리의 용기와 노력은 2003년 아프리카연합 소속 15개 국가가 여성 할례 금지를 명시한 마푸토 의정서 비준을 이끌어냈다. 또 2012년 유엔 총회가 여성 할례를 전면 금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2030년까지 여성 할례를 근절한다는 목표를 세우도록 했다.

디리는 성기 훼손을 겪은 여성을 치유하고 재활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3년 의료진 120명과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스웨덴 스톡홀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사막의 꽃 센터’를 만들어 할례 여성을 치료해왔다. 디리는 최대한 많은 의사들이 할례 복원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재건 수술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엔 외과,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여성 성기 재건 수술법을 교육하는 ‘사막의 꽃 외과 센터’를 설립했다. 그는 할례 철폐의 근본 해결책으로 여성 자립을 돕는 기초 문식성(literacy) 교육과 직업 교육을 제시하고 아프리카 각지서 교육기관을 운영 중이다.

소말리아 영부인인 세이납 아브디 모알림은 축사에서 “디리 여사는 저와 같은 소말리아인이라 오늘 이 자리에서 그 누구보다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더 많은 여성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온몸으로 싸웠다”며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홀로 아니라고 말한 그 용기와 그 외로움에 대해 진심 어린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격려했다.

김승환·남혜정 기자 hwan@seg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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