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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 부담(Debt Burden)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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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 부담(Debt Burden)은 나라가 외국에서 빌린 돈을 갚느라 경제 성장도 어렵고,
국민들이 누려야 할 삶의 기회까지 줄어드는 걸 말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외채가 왜 문제인지, 글로벌 외채 현황은 어떠한지,
그 뒤에 숨겨진 국제 금융 시스템의 불공정함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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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돈을 ‘잠깐’ 빌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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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를 써보신 적 있으신가요?
돈이 없을 때 급하게 쓸 수 있어서 정말 편하죠.
문제는 “갚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계속 쌓이기만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자가 붙고, 연체료가 더해지고, 결국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온통 카드값으로 빠져나가게 되면 안정된 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게 바로, 오늘날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처한 현실입니다.신용카드 대신 '외채',
월급 대신 '수출 수익'이라고 단어만 바꾸면
국가도 같은 원리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외채는 국경 밖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는 기후협력, 개발협력, 세계금융 질서의 일부로서 이 구조에 책임과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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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 부담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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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Debt)’란 나라가 외국 정부나 국제금융기구(IMF, 세계은행 등)에서 빌린 돈을 뜻합니다.
처음에는 그 돈으로 도로도 만들고, 학교도 짓고, 전기도 끌어오려고 빌려 옵니다. 좋은 의도죠.
그런데 갑자기 환율이 폭등하고, 수출이 줄어들고, 금리는 오른다면?
그러면 원래 갚기로 했던 날짜에 맞춰 돈을 돌려줄 수 없게 되죠.
대출 연장은 안 되고, 연체 이자만 쌓여갑니다.
세계은행은 외채 부담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채무 상환 비용이 경제 성장과 개발을 제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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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국가 디폴트'가 현실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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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엔 약이 없고, 주유소엔 줄이 5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부모는 생필품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외채가 불러온 현실이었습니다.”
2022년 7월, 스리랑카는 “이제 외채를 더 이상 갚을 수 없습니다”라고 선언하며 국가 부도(디폴트)에 들어갔습니다.
빚으로 한 나라가 무너진 것입니다.
스리랑카 경제 현황 (2022년 기준)
• 외환 보유액: 약 15억 달러
• 연간 외채 상환액: 약 70억 달러
• 인플레이션율: 55% 이상
• 식량·의약품 수입 가능성: 거의 전무
스리랑카는 외환이 바닥나자 의약품과 식량도 수입하지 못했고,
연료가 끊기면서 병원과 학교도 문을 닫게 됐습니다.
결국 거리에는 항의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고, 대통령은 밤중에 비행기를 타고 몰래 해외로 도피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외채 쇼크'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스리랑카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외채 부담에 시달리며 망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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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글로벌 외채 현황,
조용히 빚에 질식하는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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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기준, 개발도상국 전체의 외채는 약 8조 달러에 달합니다.
70개국 이상이 외채 부담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GDP의 52%가 외채입니다.
▶ 2024년 개발도상국 외채 현황
1. 총 외채 규모 → 약 8조 달러
2. 평균 GDP 대비 외채 비율 → 52%
3. 연간 외채 상환액 → 4,200억 달러
4. 외채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 수 → 70개국 이상
(출처: IMF World Economic Outlook, World Bank Debt Report 2024)
특히 아프리카 대륙은 심각합니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국가의 외채 규모는 약 9,000억 달러. 이 중 40%는 고금리의 민간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입니다.
GDP 대비 외채 비율이 60~80%를 넘는 나라도 많습니다. (출처: World Bank Debt Report, 2024)
디폴트 위기 국가 현황 (2024년 기준)
국가 | 외채 잔액 | 디폴트 여부 | 현재 상황 |
스리랑카 | 약 720억 달러 | 2022 | IMF 지원 중, 구조조정 협상 |
잠비아 | 약 320억 달러 | 2020 | 채무 재협상 중 |
아르헨티나 | 약 3,800억 달러 | 미지불 위험 | 인플레이션율 200%, 신용등급 B- |
에티오피아 | 약 280억 달러 | 유예 요청 | 무역적자 + 전쟁 여파 |
이런 나라에서는 교육, 의료, 식량 안전에 투자할 예산조차
고스란히 이자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마치, 월급 날마다 카드값으로 돈이 전부 빠져나가고 라면으로 한 달을 버티는 상황과 비슷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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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빚은 줄지 않을까?
높은 이자와 불공정한 글로벌 금융 시스템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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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이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이자’ 때문입니다.
이자율이 워낙 높다 보니, 빌린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훨씬 많아지는 구조인 거죠.
게다가 이걸 ‘당연한 일’처럼 만드는 국제 금융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2023년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합니다.
“이제 많은 개발도상국은 ‘개발을 위한 빚’이 아니라, ‘살기 위한 빚’을 지고 있습니다.”
IMF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평균 이자율은 선진국보다 5~8배 높습니다 (출처: IMF, 2024).
예를 들어, 세네갈은 연 10% 이상의 금리를 내야 하지만,
독일은 1% 미만의 금리를 부담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위험할 것 같아서”입니다.
국제 금융 시장은 가난하거나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에 대해 이자를 높게 매깁니다.
이걸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 정말 공정할까요?
마라톤 경기에서 어떤 선수는 최첨단 러닝화를 신고 뛰고,
어떤 선수는 슬리퍼를 신고 뛴다면,
같은 거리를 뛴다고 해서 공정한 게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영국 <더 가디언>은 이를 두고 이렇게 비판합니다.
“외채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니라,
구식이고 비민주적인 국제 금융 시스템에 있다.”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누가 계속 빚지고, 누가 그걸로 이익을 얻는가’라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채무국, 채권국, 국제기구,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중립적이고 투명한 부채 조정 회의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행은 쉽지 않습니다.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이 제안이 실행되기까지는 먼 길을 돌아야 합니다.
글로벌 빈곤 현황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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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 문제를 해결해 가는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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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모든 나라가 무기력하게 빚에 끌려가는 건 아닙니다.
어떤 나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빌렸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고, 어떻게 갚느냐’일 것입니다.
▶ 에콰도르: 바다를 지키며 빚을 줄이다
2023년, 에콰도르는 약 16억 달러의 외채 중 일부를 탕감받는 대신,
갈라파고스 제도 해양보호구역(19만7천㎢)를 20년간 보호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부채-환경 교환(Green Debt Swap)’이라고 불립니다.
그 결과:
• 약 12억 달러의 이자 부담 절감
• 매년 1,800만 달러 규모의 해양 보호 예산 확보
▶ 가나: 먼저 협상해서, 부담을 반으로 줄이다
가나는 IMF에 요청하기 전에 민간 채권자들과 먼저 협상했습니다.
결과는?
• 평균 이자율: 19% → 8.5% (절반 이상 감소)
• 상환 기간: 4년 → 8년 이상으로 연장
• 일부 채무는 경기 상황에 따라 조정되는 ‘GDP 연동 방식’으로 전환
이렇게 선제적으로 움직인 덕분에 IMF는 2024년, 30억 달러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승인했습니다.
▶ Jubilee 캠페인: 시민이 만든 1,000억 달러의 변화
1996년 영국에서 시작된 Jubilee 2000 캠페인은
전 세계 2,400만 명이 서명으로 시작됐습니다. 그 결과는?
• 총 36개국의 외채 1,000억 달러 이상이 탕감
• 5천만 명 이상의 아동에게 무상 교육 기회 제공
• 초등학교 등록률이 2배 이상 증가(아프리카 10개국 이상)
지금도 Jubilee Debt Campaign은
불공정 대출 규제, 채무 투명성 확보, 다자간 협상 시스템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Jubilee Debt Campaign, 2024)

▶ 케냐: 외채도 디지털로 ‘투명하게’ 관리
2024년 케냐는 아프리카개발은행(AfDB)과 함께
외채 상환 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디지털 회계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는?
• 각 부처가 상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
• 중복 청구와 부패 회계 방지
• 모든 거래 기록은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
• 연간 약 1,000만 달러 규모의 회계 누수 방지 효과
이제 외채는 단순히 ‘돈을 덜 빌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구조화하고,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느냐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바다를 지켰고,
누군가는 채권자와 먼저 대화했고,
어떤 사람들은 시민의 힘으로 1,000억 달러의 빚을 지웠습니다.
지금은 블록체인 기술로 빚을 더 투명하게 관리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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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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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 문제는 거창한 경제 이슈 같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매일의 작은 선택이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5가지 실천
1. 공정무역 제품 구매
: 커피 한 잔, 초콜릿 한 조각이 개발도상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소득과 자립의 기회가 됩니다.
2. ESG 투자 또는 친환경 예금
: 윤리적 금융에 돈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지원하는 힘이 됩니다.
3. 국제 캠페인 참여 (예: Debt Jubilee)
: 서명, 공유, 온라인 행동만으로도 국제 여론을 움직이고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4. 사회적 기업 제품 소비
: 윤리적 소비는 단지 '선택'이 아니라, 경제의 방향을 바꾸는 투표입니다.
5. 외채 관련 이슈 공유
: 뉴스를 읽고,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가장 조용하지만 강력한 시작은, 알리고 말하는 것입니다.
공정무역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 |
외채는 그저 경제 지표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그건 바로 사람의 존엄성과 삶의 기회를 지키느냐의 문제입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상상력과 연대입니다.
“개발도상국의 외채 부담을 줄이는 것은 국제사회의 도덕적 책임입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 제4회 선학평화상 설립자특별상 수상자-
글: 최연제 국장
같이 읽으면 좋은 글 : 팬데믹 이후 더 심해진 빈곤과 양극화의 원인을 짚고, 국제사회의 대응을 살펴봅니다. : 미국의 통화 정책이 세계 경제에 끼친 영향, 특히 개발도상국에 미친 부담을 분석합니다. :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 표현 뒤에 숨겨진 국제 기준과 현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지원 방안을 소개합니다. : 공정무역의 개념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소비 실천까지, 착한 소비가 세상을 바꾸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
참고문헌 및 출처 : • UNDP. A World of Debt: A Growing Burden to Global Prosperity (2023) • IMF. World Economic Outlook, April 2024 • The Guardian. Global South debt crisis rooted in unequal financial system • Financial Times. Why debt restructurings are failing the Global South • UNCTAD. Development Prospects in a Fractured World (2023) • Reuters. Zambia reaches debt restructuring agreement with creditors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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