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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식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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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식민주의는 소수의 기술 기업이 다수 국가의 정보 주권과 접속권을 통제하는 현상입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식민주의의 개념과 배경, 사례,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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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당신의 데이터는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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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케냐의 한 공립학교.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서며 얼굴을 스캔합니다.
출석 체크죠.
그 데이터는 곧바로 외국의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됩니다.
표면적으로는 ‘무료 시스템’이지만,
사실상 그 대가로 학생들과 지역 주민의 데이터 주권이 외부로 넘어갑니다.
기술을 ‘사용’하는 건 현지인이지만,
기술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건 외부 기업인 이런 구조,
이것이 바로 디지털 식민주의(Digital Colonialis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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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식민주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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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식민주의(Digital Colonialism)란
데이터, 플랫폼, 알고리즘을 통해 소수의 기술 기업이 다수 국가의 정보 주권과 접속권을 통제하며 새로운 종속 구조를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왜 ‘식민주의’라고 할까요?
식민주의의 본질은 "누군가의 자원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 통제하고 수익화하는 것"입니다.
• 우리가 ‘좋아요’를 누르고,
• 검색하고,
• 글을 쓰고 남긴 기록들…
이 모든 데이터는 내가 보기 전에 기업이 먼저 보고, 분석하고,
그리고 돈을 법니다. 이 때문에 ‘식민주의’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죠.
<식민주의 vs 디지털 식민주의>
• 자원 = 땅 → 데이터
• 지배 = 군사력 → 플랫폼 독점
• 착취 = 노동력 → 감시와 데이터 추출
• 저항 = 전쟁 → 어려움(법 없음, 자산이 무형)
디지털 권력의 세계적인 학자인 Nick Couldry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기존 식민주의가 땅을 차지했다면,
디지털 식민주의는 인간의 일상과 감정을 점령한다.”
— Nick Couldry & Ulises Mejia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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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디지털 종속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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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같이 데이터를 ‘기록’하고 ‘생산’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의 흐름을 결정하고, 돈을 버는 쪽은 글로벌 북반부에 위치한 플랫폼 기업들입니다.
● 글로벌 디지털 권력 격차
• 데이터 저장의 92%: 미국·중국 클라우드 기업이 차지
• AI 훈련 데이터의 96%: 영어 기반
• 디지털 수익의 80%: GAFAM(Google + Apple + Facebook + Amazon + Microsoft)이 가져감
• 아프리카 공공데이터 70% 이상: 북반구 서버에 저장
• 데이터 보호법 도입률: 고소득국 85%, 저소득국은 20%도 안 됨.
출처: 세계은행 (World Bank: WDR 2021)
● 글로벌 디지털 권력 구조
이 불균형은 단순한 데이터 문제가 아닙니다.
아래 표를 보면, 기술이 글로벌 북반부에 집중되고 있다는 게 뚜렷이 보입니다.
항목 | 북반구 (소수 기술 기업) | 남반구 (개발도상국) |
플랫폼 | 독점적으로 설계 및 제공 | 외부 플랫폼에 의존 |
데이터 | 수집, 분석, AI 훈련에 사용 | 무의식적 제공 |
수익 | 광고, 추천, 알고리즘에 사용 | 거의 없음 |
인프라/서버 | 자국 내 클라우드 운영 | 외국 서버 의존 |
법적 주권 | 강력한 데이터 규제 보유 | 제도 미비 또는 미적용 |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1년 『Digital Economy Report 2021』에서 이렇게 지적합니다.
“데이터는 21세기의 핵심 자산이며,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가장 강력한 위치를 점한 자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하는 이들이다.
개발도상국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제공자(Providers)일 뿐,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저장하고, 수익화하는 주체에서는 배제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더 나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더 공정한 기술 구조,
더 대등한 데이터 계약,
그리고 더 강력한 디지털 주권 의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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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식민주의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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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① “무료 인터넷”의 함정 – Free Basics

페이스북은 2016년부터 아프리카와 인도에 ‘무료 인터넷’이라며 Free Basics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페이스북 계열 사이트만’ 접속 가능한 구조였죠.
즉, ‘인터넷 보급’이라는 말 뒤에 숨은 진실은
정보의 시작점과 선택권을 특정 기업에만 집중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 구조에서 사용자는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선택된 정보만 소비하게 되는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국제인권단체 Access Now는 이를
“정보의 자유가 아닌, 정보의 배급”이라 비판했습니다.
사례 ② “클라우드는 어디에 있는가” – 서버 종속

많은 개발도상국의 정부 기관과 학교, NGO들은 해외 클라우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OECD의 2023 디지털정부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77%는 공공 데이터를 자국 내 서버에 저장하고 있지만, 비OECD 국가, 즉 개발도상국은 그 비율이 29%밖에 안 됩니다.
즉, 10개국 중 7개국은 외국 서버에 자국 정부 데이터를 맡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게 왜 문제일까요?
서버를 외부에 맡긴다는 건
단순히 ‘저장 공간’을 빌리는 게 아니라
접근권·보안·삭제 권한까지 외부가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어느 날 요금이 인상되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접속이 차단되면, 그 나라의 국가 전체 시스템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례 ③ “플랫폼 노동의 식민화” – 긱 워크의 그림자

콜롬비아, 브라질, 인도 등지에서 긱 워크(Gig Work), 즉 플랫폼 기반 노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는 우버·라피·딜리버루 같은 앱을 통해 일하지만:
• 정식 계약 없이 일하고
• 평가와 배정은 알고리즘이 하며
• 데이터는 본사로 넘어가 수익화됩니다.
결국 노동자는 자신이 만든 데이터를 통제할 권리도, 보상받을 구조도 갖지 못합니다.
● 주권을 침해하는 디지털 식민주의
나아가 디지털 식민주의는 단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언어·문화·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영역 | 지배자 | 종속자 |
언어 | 영어 기반 대형 AI | 소수 언어 사용자 |
문화 | 북미·유럽의 콘텐츠 규칙 | 비서구권 창작자 |
광고 | 글로벌 플랫폼 알고리즘 | 지역 광고주 |
검색 결과 | 빅데이터 최적화 기준 | 현지 정보 약자 |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경고합니다.
“디지털 격차보다 더 심각한 건 디지털 의존성이다.”
이는 국가의 정책 결정권, 교육권, 표현의 자유까지 위협한다.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이란,
한 국가가 자국민의 데이터와 기술 인프라에 대해 실질적 통제권을 갖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인권·경제 자립의 핵심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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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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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몇몇 국가들은 이 디지털 식민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 대표적 디지털 식민주의 대응 사례
국가 | 정책명 | 내용 |
인도 | 디지털 인디아 | 공공데이터 자국 서버 저장 의무화 |
르완다 | e-Gov Cloud | 국가 전자정부 전용 클라우드 구축 |
EU | GAIA-X 프로젝트 | 유럽 기반 클라우드 주권 확립 |
이들은 단지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 주권을 회복하는 디지털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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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용자인가,
자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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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식민주의는
총칼도 없고, 명백한 강제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코 누르는 ‘동의합니다’라는 버튼 속에 존재합니다.
이 시점, 중요한 것은
우리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이 나를 설계할 것인가,
내가 기술을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이, 디지털 정의(Digital Justice)의 시작점입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기술은 우리가 선택한 가치의 결정체다.”
— 샤서나 주보프(Shoshana Zuboff), 하버드대 교수
글
최연제 국장
선학평화상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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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출처 • UNCTAD (2021) - Digital Economy Report 2021 • OECD (2024) - Digital Government Index 2023 • ITU (2024) - ITU Facts and Figures 2024 • World Bank (2021) - World Development Report: Data for Better Lives • Access Now (2015) - Free Basics vs. Basic Internet Freedom • Couldry & Mejias (2019) - Data Colonialism – Sage Journals • ORACO Kenya의 얼굴 인식 출석 시스템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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