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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권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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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권리(Water Rights)’란, 누구나 깨끗하고 안전한 물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입니다. 이 글은 물이 어떻게 불평등을 만들고, 때로는 분쟁의 씨앗이 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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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을 마신다는 것,
특권이 되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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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Reuters (Water treatment plant in Netherlands) |
혹시 다큐멘터리 《Flow》(2008)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인도 뭄바이의 슬럼가.
소년이 검게 오염된 강물에 손을 담가 마십니다.
옆에는 쓰레기가 둥둥 떠 있고,
물 위로는 거품이 피어오릅니다.
이 아이들은 설사와 장티푸스에 시달리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같은 장면 위, 이런 내레이션이 흐릅니다.
"이 물이 오늘 하루,
가족이 마실 전부입니다."
반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Brave Blue World》(2019)에서는 네덜란드의 정수처리소가 등장합니다.
빗물, 폐수, 하수가 첨단 시스템을 거쳐 깨끗한 물로 정제되고, 병에 담겨 '지속가능 생수'라는 이름으로 유통됩니다.
병 라벨에는 이렇게 적혀 있죠.
"이 물은 미래입니다."
같은 시대, 너무도 다른 두 세계.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누가 어떤 물을 마실 수 있죠?
그건 정당한 걸까요?
2024년 기준,
전 세계 약 20억 명이 깨끗한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어요.
단순한 결핍이 아닙니다.
전 지구적 불평등의 상징입니다(WHO & UN-Wat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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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인권이다,
그러나 현실은 불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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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유엔은 선언했어요.
"깨끗한 물과 위생은 모든 사람의 인권이다."
– UN 경제사회문화권위원회 (2002)
그리고 2010년,
유엔총회 결의 제64/292호는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와 위생은
모든 인류의 생존과 존엄에 필수적이다."
– UN 총회 결의 제64/292호 (2010)
또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6번 목표
"2030년까지 모두에게 물과 위생을 보장할 것."
하지만 현실은 아직 멀었습니다.
2024년 현재, 이 목표는 절반도 달성되지 못했습니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약 40억 명은 해마다 일정 기간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고,
• 인구의 1/4, 약 20억 명은
매년 '극심한 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요(UNESCO, 2024).
• 매년 약 180만 명의 어린이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목숨을 잃고,(출처: UNICEF, Water and Sanitation, 2023).
• 140만 명은 오염된 사망합니다.
• 오염된 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20만 명,
이는 분쟁과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많습니다.
(출처: UN-Water & WHO, 2023)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매일 아침,
어떤 아이는 학교 대신 물을 뜨러 가야 하고,
어떤 여성은 가축과 함께 같은 웅덩이의 물을 나눠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기후위기와 도시화는 물 위기를
더 빠르게, 더 불공평하게 가속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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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불러온 ‘워터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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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은 단순한 불편이나 불균형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곳곳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물의 위기를 겪고 있어요.

▲ 2022년 세계 주요 하천 유량 변화 지도(출처: UNESCO 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 2024, Figure P.3) 세계 대형 유역(10,000㎢ 이상)에서 유량이 '정상 이하(붉은색)'였던 지역이 전체의 55%에 달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가 2024년 『세계 물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주요 유역(10,000㎢ 이상) 중 무려 55%가
‘평년 이하’ 또는 ‘매우 낮은’ 유량 상태였어요.
지도 속 오렌지와 붉은색은
정상 이하의 유량을 의미합니다.
남아시아, 북아프리카, 중동, 미국 서부, 남미 중부 등 지구 반쪽이 심각한 수자원 부족을 겪고 있다는 뜻이죠.
이것은 단순한 기후 변화 통계가 아닙니다.
곧 식수, 농업, 산업 전반에 걸친 지속 가능한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이건 단순한 기후 문제가 아닙니다.
하천이 마르면 식수도 사라지고,
농작물 생산은 흔들리며,
공장은 돌아가지 않습니다.
결국...
• 식량 불안정
• 교육 단절
• 여성의 위생권 침해
• 갈등과 분쟁의 확산
이 모든 것이 빈곤의 악순환을 심화시켜요.
이 현상을 학자들은 ‘워터 쇼크(Water Shock)’라고 부릅니다.
1970년대의 ‘오일 쇼크’처럼,
물 부족은 머지않아 지구 전체를 흔들 충격파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이제 한 컵의 물이,
단지 생존을 넘어 ‘정의’를 말하게 되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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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도화선이 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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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이 부족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물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고 있어요.
생각보다 더 자주, 더 치열하게요.
최근 20년간 물 분쟁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인 태평양연구소(Pacific Institute)에 따르면, 물 분쟁은
• 2000~2009년 222건
• 2010~2019년 466건(2배 증가)
• 2023년 한 해만 347건(역대 최고)
▼ 아래 그래프를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물 분쟁이 얼마나 가파르게 증가했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 2000-2023 물 분쟁 발생 추이

▲ 2000-2023년 국가 간(Interstate) vs 국가 내(Intrastate) 물 분쟁 발생 건수 추이. 최근 최근 수년간 두 유형 모두에서 분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처: Pacific Institute, Water Conflict Chronology – Fact Sheet, 2024)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갈등이 있었을까요?
● 세계 곳곳의 물 분쟁 사례
▸ 터키 vs. 이라크·시리아 (2005~2023)
터키가 상류 지역에서 다수의 댐을 건설하면서 하류국 가인 이라크·시리아에 심각한 물 부족을 야기했고, 이라크 정부는 2023년 터키의 유량 축소를 국제사회에 중재 요청했습니다(Reuters, 2023).
▸ 나일강: 에티오피아 vs. 이집트 (2011~2024)
에티오피아가 상류에 '르네상스 대댐(GERD)' 건설해 나일강의 흐름을 바꾸자,
하류국 이집트는 생존권 위협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와 군사적 대응까지 언급했어요(BBC, 2021).
▸ 예멘 내전(2015~현재)
예멘 수도 사나(Sanaa)는 세계 최초의 '물 고갈 수도'가 될 위기에 처해 있어요.
내전으로 정수 시설이 붕괴되고,
수천 명의 아동이 수인성 질병으로 생명을 잃고 있어요(UNICEF, 2022).
▸ 케냐 투르카나 (2019)
가뭄 심화로 북서부 투르카나 지역에서 공동 우물을 두고 두 부족이 충돌해 52명 사망했으며,
피해자의 다수는 여성과 아동이었습니다 (Al Jazeera, 2019).
▸ 말리 (2019)
유목민과 농경민 사이에 물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발생해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50만 명 이상이 피란했어요.
그리고 지금, 이 같은 위험은 어디에든 있습니다.
지구엔 263개의 ‘다국적 강’이 흐르고 있어요.
국경을 넘는 이 물줄기들은 서로 다른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자칫하면 언제든 갈등으로 번질 수 있죠.
물은 더 이상 단순한 ‘자원’이 아닙니다.
• 어떤 때는 정치적 무기,
• 어떤 때는 군사적 전략 자산,
• 그리고 어떤 때는 인권을 제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물을 공정하게 나누는 일은,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닌
평화와 정의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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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어떻게
응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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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6번 목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약속했어요.
"2030년까지 모두에게 물과 위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2024 SDG 진척 보고서에 따르면, 이 목표는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국제기구와 NGO들이 실제로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 UN-Water
매년 『세계 물 개발 보고서 (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를 통해 각국 정부에 물 정책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2024년 보고서에선 이렇게 경고했죠.
"2030년까지 최대 40억 명이 상시 물 부족 위기에 놓일 수 있다."
▸ Water.org(water.org)
영화배우 매트 데이먼이 공동 설립한 NGO예요.
현재까지 16개국에서 5,800만 명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했고,
‘WASH Loan’이라는 소액대출 모델로
자립형 물·위생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어요.
▸ Charity: Water(charitywater.org)
전 세계 29개국에 13만 개 이상의 우물과 정수시설을 지어
1,700만 명 이상에게 식수를 제공했어요.
후원자가 직접 현장 위치, 진행 상황, 사진까지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후원 시스템’으로 유명하죠.
▸ 국제적십자사연맹(IFRC)(icrc.org)
분쟁 지역에 긴급 정수 시스템과 물 운반차량을 운영합니다.
예멘, 수단,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500만 명 이상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했습니다.
이런 노력들은 단순한 기술 지원이 아니라,
전 세계에 이렇게 말하는 행동입니다.
"물은 공공재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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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정의로운 물을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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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는 '기후위기 세대'이자 '윤리적 소비 세대'입니다.
생수를 사지 않고 텀블러를 드는 행동에 의미를 담습니다.
• 대학가에선 #RefillNotLandfill, #BanBottledWater 캠페인이 활발해요. 텀블러는 환경을 위한 도구이자, 불평등에 저항하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 SNS에서는 #WaterIsAHumanRight, #WaterJustice 해시태그로 물 권리에 대한 국제적 연대가 이어지고 있어요.
• 2024년 기준 TikTok에서는 ‘#WaterCrisis’ 관련 영상이 1억 뷰를 넘겼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절약하는 세대가 아닙니다.
‘공정한 물’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첫 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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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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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 일상에서
• 샤워 시간 줄이기, 양치컵 사용하기
• 커피 1잔의 물발자국(약 130L)를 인식하고 소비 줄이기
▶ 학교·지역사회에서
• 물 권리 봉사활동, 정수 프로젝트 동아리 기획하기
• 지방정부 대상 캠페인: SDGs 6번 이행 점검 요구하기
▶ 글로벌 연결
• NGO 후원 참여하기 (Water.org, Charity: Water 등)
• 기후취약국 식수 인프라 개선 청원 동참하기
• SNS 콘텐츠 제작 및 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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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한 병의 물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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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전 부총재 이스마일 세라글딘은 말했습니다.
“21세기의 전쟁은 석유가 아니라 물을 두고 벌어질 것이다.”
이 말, 이제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어요.
《Flow》 속 뭄바이 소년의 검은 물,
《Brave Blue World》 속 병에 담긴 깨끗한 물.
이 둘 사이에는 단순한 ‘환경 격차’가 아닌,
‘정의의 격차’가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물을 마시고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물을 선택하고 있을까요?
텀블러 하나,
다큐멘터리를 친구와 나누는 것,
해시태그 하나.
그 작은 행동이 ‘공정한 물의 미래’를 열 수 있습니다.
그것부터가 변화의 시작입니다.
글
최연제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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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출처 • UN-Water & WHO (2023) The United Nations 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 2023 • UNESCO (2024) The United Nations 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 2024 • Pacific Institute (2024) Water Conflict Chronology – Fact Sheet • Water.org (2024) Our Impact – Global WASH Solutions • Charity: Water (2024) Transparency & Project Map •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2010) Resolution 64/292: The human right to water and sanit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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