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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NSIGHTS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상, 선학평화상재단입니다.

오늘 아침, 플라스틱을 몇 번 만졌나요?

해양 플라스틱의 모든 것 — 제3차 세계해양평가(WOA III)로 본 바다의 건강검진

칫솔 들 때 한 번, 샴푸 통 짤 때 두 번, 우유팩 뚜껑 돌릴 때 세 번. 커피 컵 뚜껑과 빨대까지 더하면, 아마 오전에만 열 번 이상 플라스틱을 만졌을 거예요. 

그런 별일 아닌 하루. 그런데 그 별일 아닌 하루들이 모여 우리의 바다를 바꾸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분명 고마운 물건이죠. 가볍고, 싸고, 잘 썩지 않아 오래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잘 썩지 않는다'는 장점이 바다에게는 가장 무서운 저주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5분 쓰고 버린 빨대 하나가 바닷속에서는 수백 년을 머무를 수 있거든요.

5분과 수백 년. 마치 한 사람의 짧은 실수가 몇 세대에 걸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는 셈이죠. 이 어마어마한 시간의 격차가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 해양 플라스틱이란? 영상 준비중출처: 선학평화상 공식 유튜브 채널

2026 바다 '건강검진' 결과
매우 나쁨

유엔 제3차 세계해양평가(WOA III) 요약

▲ 유엔이 발표한 제3차 세계해양평가 보고서 표지입니다.출처: 유엔 / WOA III

2026년 세계 해양의 날, 유엔은 제3차 세계해양평가(WOA III)를 발표했습니다. 86개국 수백 명의 전문가가 환경·경제·사회 측면에서 바다를 통합 진단한 보고서예요. 말하자면 '바다라는 환자의 정기 건강검진 결과지'인 셈이죠.

문제는 검진 결과가 매우 좋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1,600쪽에 이르는 이 결과지에서 가장 나쁜 대목 중 하나는 바로 플라스틱이었습니다. 오늘날 플라스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해양 생물종이 4,000종을 넘는다고 해요. 사람으로 치면 지구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한 가지 원인으로 동시에 아픈 셈입니다. WOA III는 플라스틱이 바다 생명체의 먹이활동부터 면역, 성장, 번식까지 거의 모든 것을 흔든다고 말합니다.

바다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해양 플라스틱, 알아야 할 다섯 가지

1.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
물 위에 떠 있거나 해변에 쌓인 플라스틱은 전체의 3~4%뿐입니다.

2. 작을수록 위험하다
미세·나노플라스틱은 추적도 제거도 어렵지만, 생물의 몸속으로는 가장 쉽게 침투합니다.

3.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플라스틱은 기후변화·남획·오염과 따로 오지 않고, 한꺼번에 누적되어 바다를 짓누릅니다.

4. 바다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
플라스틱 오염은 어민의 생계와 우리의 식탁, 건강으로 곧장 되돌아옵니다.

5. 해법은 청소가 아니라 예방
버려진 뒤에 줍는 것보다, 애초에 덜 만들고 덜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이는 플라스틱은
고작 3~4%

보이지 않는 96%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가 해양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보통 이런 장면을 떠올립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모여 있다는 거대한 '쓰레기 섬', 해변에 끝없이 밀려온 페트병, 바다거북을 괴롭히는 빨대. 그런데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플라스틱은 바다 전체 플라스틱의 고작 3~4%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를 놀라게 했던 그 장면들조차, 실은 빙산의 일각이었던 셈이죠.

그렇다면 나머지 96%는 어디로 갔을까요. 이미 깊은 바다로 가라앉았거나, 잘게 부서져 흩어졌거나, 이제는 다시 건져 올리기 어려운 형태로 바다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더 다루기 어려워진 것이죠.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은 5,210만 톤으로 추정됩니다. 대형 코끼리 한 마리를 약 6톤으로 본다면, 매년 코끼리 870만 마리에 해당하는 플라스틱을 바다에 쏟아붓는 셈이에요. 그것도 작년에도,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해서요.

여기에 하나 더 의미심장한 수치가 있습니다. 인류가 지도로 그려낸 해저는 전체의 27.3%뿐입니다. 해저의 70% 이상이 아직 제대로 지도화되지 않은, 말 그대로 미지의 영역이라는 뜻이죠. 그 캄캄한 곳에서 보이지 않는 96%의 플라스틱이 지금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우리는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바다, 얼마나 알려져 있을까

보이는 플라스틱
4%
해저 지도화
27.3%
미지도 해저
72.7%

▲ 눈에 보이는 해양 플라스틱은 전체의 4%뿐이며, 인류가 지도화한 해저는 27.3%에 그칩니다.출처: WOA III(2026), UN News(2026.6)


플라스틱은
어디서 바다로 갈까

일회용 플라스틱과 유령 어구

이 많은 플라스틱은 대체 어디서 바다로 흘러갈까요? 출발점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상당수 플라스틱은 강과 하천을 타고 바다로 흘러갑니다.

도시에서 버린 비닐봉지 하나를 떠올려볼까요. 하수구로 들어갑니다. 개천으로 갑니다. 강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결국 바다에 닿습니다. 강은 육지의 플라스틱을 바다로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인 셈이에요.

그래서 "나는 바닷가에 살지 않으니 해양 플라스틱과 상관없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지구의 거의 모든 물길은 결국 바다에서 만나니까요. 어떤 플라스틱이 가장 문제일까요? WOA III는 두 주범을 지목합니다.

▲ 일회용 플라스틱 — 전 세계 해양 쓰레기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컵, 빨대, 봉지, 포장재가 대표적입니다.

▲ 버려진 어구(漁具) — 약 15%를 차지합니다. 바다에 버려지거나 유실된 그물·낚싯줄은 '유령 어구'가 되어 오랫동안 해양 생물을 옭아맵니다.

이 둘을 합치면 절반 가까이가 됩니다. 그러니까 핵심은 분명해요. 우리가 너무 쉽게 쓰고 버리는 것들부터 다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해양 쓰레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일회용 플라스틱
40%
버려진 어구
15%
그 외
45%

▲ 일회용 플라스틱과 버려진 어구를 합치면 전체 해양 쓰레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합니다.출처: WOA III(2026)


별보다 많은 24조 개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의 위험

그럼 가라앉고 부서진 플라스틱은 어떻게 될까요? 사라질까요? 아닙니다. 플라스틱은 완전히 사라지기보다 점점 작아집니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크기 5mm 미만(쌀 한 톨 이하)으로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 그보다 더 작게 부서진 것은 '나노플라스틱'이라 부릅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플라스틱은 작아질수록 덜 위험해지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더 찾기 어려워지고, 더 걸러내기 어려워집니다.

WOA III가 추정한 전 세계 상층 해양의 미세플라스틱은 무려 24조 4천억 개입니다. 우리 은하의 별이 약 1천억~4천억 개로 추정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바다 표층의 미세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별보다 많은' 수인 셈이죠.

바다 표층 미세플라스틱 vs 우리 은하의 별

바다 표층 미세플라스틱 · 24조 4천억 개

우리 은하의 별(추정) · 1천억~4천억 개

▲ 바다 표층의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은하의 별 수보다도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막대 길이는 상대적 비교를 위한 예시적 표현입니다.출처: WOA III(2026)

그런데 더 무서운 건 그보다 더 작은 나노플라스틱입니다. 

WOA III는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나노플라스틱이 생물에 어떤 장기적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우리도 잘 모른다고요. '아직 모른다'는 말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라, 위험의 크기조차 충분히 재지 못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나노플라스틱은 사람의 혈액, 폐, 태반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바다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우리 몸속 이야기까지 온 셈이죠. 이 작은 입자들이 몸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WOA III는 그 영향을 이렇게 짚습니다.

① 면역 체계 교란
몸의 방어 시스템이 오작동합니다.

② 염증 반응
여기저기 염증이 생깁니다.

③ 성장 저하
제대로 자라지 못합니다.

④ 에너지 불균형
살아가는 데 쓸 에너지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플라스틱은
결국 기후 문제

해양 플라스틱과 기후변화의 관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바다는 플라스틱만으로 아픈 게 아니에요. 기후변화, 남획,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이 한꺼번에 누적되며 바다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과 기후변화는 뿌리가 같습니다. 플라스틱의 원료가 대부분 석유이기 때문이에요. 플라스틱을 더 많이 만든다는 건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더 깊이 의존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바다에 플라스틱이 쌓이는 문제와 바다가 더워지는 문제. 

이 둘은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닙니다. 같은 굴뚝에서 피어오른 두 갈래 연기와 닮아 있죠. 그래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일은 바다를 지키는 일이면서, 동시에 기후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해법은
청소보다 예방

생산 감축과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

바다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해변 청소와 재활용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욕조의 물이 넘치고 있다면, 바닥의 물을 열심히 닦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뭘까요?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입니다. 재활용과 청소가 바닥의 물을 퍼내는 일이라면, 생산을 줄이는 것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일인 셈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두 가지

1. 제도·국제사회 차원
UNEP 중심의 '정부간 협상위원회(INC)'가 구속력 있는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을 논의해왔지만, 누가 얼마나 줄이고 누가 비용을 부담할지를 두고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다만 수산 보조금 협정, 공해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BBNJ 협정 등 바다를 위한 국제 조약이 이미 57개나 작동 중입니다.

2. 개인·시민 차원
생산 감축, 재사용 확대, 제품 설계 개선, 일회용 대안 마련. 개인의 분리수거가 5,210만 톤의 흐름을 단번에 막을 순 없지만, 텀블러 하나·장바구니 하나가 "나는 다른 방식을 원한다"는 신호가 되어 기업과 국가의 선택을 움직이는 압력이 됩니다.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풀려면, 결국 국경을 넘는 약속이 필요합니다. 바다는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한 나라가 열심히 해변을 치워도 다른 곳에서 흘러든 플라스틱은 해류를 타고 다시 밀려오거든요. 바다 문제에는 "우리만 잘하면 된다"는 해법이 통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수동적 상속자에서
능동적 수호자로

미래세대를 위한 실천

올해 세계 해양의 날의 주제는 이것이었습니다. "Re Imagine: 우리가 아는 세계를 넘어, 바다와의 새로운 관계"

유엔은 우리에게 바다의 너그러움을 그저 물려받기만 하는 '수동적 상속자'에서, 바다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지키는 '수호자'로 바뀌자고 제안합니다. 

상속자는 물려받은 것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수호자는 자신이 떠난 뒤에도 남아 있을 것을 생각하죠.

지금 우리가 바다에 흘려보내는 플라스틱은 5mm보다 작은 입자가 되어 수백 년 동안 바닷속을 떠돌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가 먹을 물고기의 몸속에 우리의 일회용 컵을 미리 집어넣고 있는 셈이에요. 

이는 환경 문제이기 전, 세대 사이의 정의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창한 영웅이 되는 게 아닙니다. 관심을 거두지 않는 일이에요. 보이지 않는 96%를 기억하는 일, 멈춰 선 협약이 다시 움직이기를 바라며 그 소식에 귀 기울이는 일, 그리고 일회용에 대한 우리의 의존을 조금씩 다시 묻는 일. 텀블러 하나가 바다를 구하지는 못하겠지만, 하나의 신호는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다른 방식을 원한다."
"편리함에도 책임이 필요하다."

그런 신호가 충분히 모이면 기업의 선택과 국가의 약속을 움직이는 압력이 됩니다. 내일 아침에도 우리는 칫솔을 들고, 컵 뚜껑을 돌릴 거예요. 달라져야 하는 건 플라스틱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너무 쉽게 쓰고 버려도 된다고 여겨온 우리의 태도일지 모릅니다.

. . . .

그 태도가 바뀌는 순간, 우리는 바다를 망가뜨리는 사람이 아니라 바다를 지키는 사람이 됩니다.


글. 최연제 국장


Sunhak Peace Prize

미래세대는 현세대의 생물학적 자손을 넘어 현세대가 직접 만날 수 없는
미래의 인류 일반을 의미합니다.

현세대가 행하는 모든 행위는 미래세대에게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주기에
우리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