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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도 이제,
국경이 생기는 시대입니다
소버린 AI(Sovereign AI)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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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이름 모를 어느 데이터센터의 복도엔 사람 대신 서버의 숨소리만 가득해요. 수천 개의 GPU가 내뿜는 낮은 팬 소리, 서버 랙 사이로 깜빡이는 초록 불빛들.

그 서늘한 공기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언어와 역사, 습관이 숫자로 변환되고 있어요. 이 기계들이 처리하는 건 단순한 전기 신호가 아니라, 한 나라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 바로 지능 그 자체죠.
지난 2년 사이, 이런 장면은 세계 곳곳에서 반복됐어요. 덴마크에서는 국왕이 참석한 자리에서 슈퍼컴퓨터의 스위치가 올라갔고, 태국에서는 통신사와 반도체 기업이 손을 맞잡고 클라우드 구축 계약에 서명했죠.
독일에서는 제조업 강국답게 '산업용 AI 클라우드' 건설이 발표됐고요. 화려한 조명도, 요란한 박수도 없었지만, 그 서명 하나하나가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순간이었어요.
소버린 AI란
'소버린 AI(Sovereign AI)'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 단어를 세계에 퍼뜨린 사람은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에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orld Governments Summit)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죠.
"모든 나라는 지능을 수입하는 대신, 스스로 생산해야 합니다."
"Every country needs its own sovereign AI to produce intelligence rather than import it."
먼저 '소버린(sovereign)'이라는 단어부터 짚어볼게요. 원래 '주권을 가진'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예요.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간섭 없이 스스로를 다스릴 권리, 정치에서 말하는 '주권'이 바로 이 단어에서 나왔죠.
그 단어가 AI 앞에 붙으면서, '기술에도 국가의 주권이 있어야 한다' 는 뜻으로 확장된 거예요.
그가 말하는 소버린 AI란, 한 나라가 자국의 데이터·인프라·인력을 활용해 스스로 AI를 만들고 운영하는 능력을 뜻해요. 쉽게 말하면, 데이터로 '내 나라 말을 하는 두뇌'를 직접 짓겠다는 셈이죠.
우리의 언어와 문화, 역사가 담긴 데이터를 다른 나라의 서버에 맡기지 않고, 우리 손으로 우리의 지능을 키우자는 이야기죠.
여기엔 세 가지 축이 있어요.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하고 누가 학습에 쓰는지(데이터) / 어떤 컴퓨팅 인프라 위에서 모델을 돌리는지(인프라) / 그 기술을 다룰 사람을 얼마나 키워냈는지(인재)예요.
이 세 가지를 남의 손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쥐고 있어야, 비로소 '주권'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는 거죠.
[소버린 AI] 한 국가가 자국의 데이터·컴퓨팅 인프라·인재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운영할 수 있는 능력. 데이터가 해외 서버가 아닌 자국의 통제 아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주권'과 맞닿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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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뛰어든,
소버린 AI 레이스
미국·중국·프랑스·인도, 각국의 AI 주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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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각국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능 주권'을 확보하려 뛰고 있어요. 여섯 나라의 움직임만 짧게 짚어볼게요.
각국의 소버린 AI 승부수
▲ 미국 : 이 경주의 최선두를 지키고 있음
▲ 중국 : 미국과 함께 선두 그룹을 형성, 최근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오픈소스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음
▲ 프랑스 : 유럽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 준비 중
▲ 인도 : 자국어 데이터 기반 대규모 언어모델 구축 중, IBM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도 자국의 AI 역량 강화를 촉구함
▲ 아랍에미리트 : 국부펀드를 동원해 AI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음
▲ 한국 : 정부 예산과 GPU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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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두가
이 경주에 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118개국이 소외된 글로벌 AI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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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해볼 질문이 있는데요. 슈퍼컴퓨터를 개통하고, 수십억 달러를 베팅할 수 있는 나라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사실 많지 않아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118개국 대부분 개발도상국이 AI 관련 국제 거버넌스 논의 테이블에 아예 초대받지 못하고 있어요. 국가 AI 전략을 세운 개발도상국은 전체의 3분의 1도 되지 않고요.
세계은행이 2025년 11월 발표한 디지털 진보와 동향 보고서의 수치는 더 선명한데요. 전 세계 인구의 17%에 불과한 고소득국이 주요 AI 모델의 87%, AI 스타트업의 86%, 벤처캐피털 투자의 91%를 차지하고 있어요.
열 명 중 여덟아홉 명 몫의 자원을, 겨우 두 명이 나눠 갖고 있는 셈이죠.

고소득국이 차지하는 AI 자원 비용
▲ 세계 인구의 17%에 불과한 고소득국이 AI 모델·스타트업·투자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출처: World Bank, Digital Progress and Trends Report 2025
데이터센터 용량으로 보면 격차는 더 벌어져요. 고소득국이 전 세계 용량의 77%를 갖고 있는 반면, 저소득국은 0.1%에도 못 미치고요.

AI 데이터센터, 어디에 몰려 있을까
▲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의 77%가 고소득국에 몰려 있는 반면, 저소득국은 0.1%에도 못 미칩니다.출처: World Bank, Digital Progress and Trends Report 2025
이 숫자들이 말하는 건 분명해요. 소버린 AI 레이스에 뛰어들 자격조차, 이미 소수의 나라에만 주어져 있다는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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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격차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4.8조 달러 AI 시장과 승자독식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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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기술혁신보고서 2025」에서 전 세계 AI 시장이 향후 10년 안에 25배 커져 약 4.8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어마어마한 성장입니다.
그런데 정작 궁금한 건 따로 있습니다. 이 돈, 대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갈까요?
국제통화기금(IMF)이 2025년 4월 내놓은 워킹페이퍼 「The Global Impact of AI: Mind the Gap」이 그 답에 가깝습니다. 첨단 하드웨어와 데이터센터, 국제 파트너십에 대한 '접근성' 격차가 AI 선두국과 후발국 사이의 간극을 계속 벌릴 거라는 겁니다.
실제로 이 보고서는 선진국의 AI발 성장 효과가 저소득국의 두 배 이상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문제는 성장의 크기만이 아닙니다.
IMF는 이 흐름이 소수의 거대 기업과 소수의 나라에 시장 지배력을 몰아주는 '승자독식'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최근 이어지는 반도체 수출 통제나 해외 투자 심사 강화 같은 조치들도, 어쩌면 이 흐름을 미리 감지한 나라들의 반응일지 모릅니다.
일자리로 눈을 돌리면 더 선명해집니다. 2024년 다보스포럼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가 AI의 영향을 받게 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그 영향의 '색깔'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고소득국에서는 일자리의 60%가 AI 영향권에 들지만, 그중 상당수는 오히려 생산성이 오르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안전망이 약한 나라에서는, 같은 변화가 기회 대신 순전한 위협으로만 다가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격차는 이미 숫자로도 드러나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2025년 12월 발표한 「다음 대분기(The Next Great Divergence)」 보고서를 보면, AI는 등장 3년 만에 12억 명의 사용자를 모았고 이 중 70%가 개발도상국 이용자입니다.
언뜻 희망적인 숫자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다릅니다.
일부 고소득국에서는 이미 3명 중 2명이 AI를 쓰는데, 많은 저소득국에서는 그 비율이 고작 5%에 그치거든요.
UNDP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필립 셸레켄스는 이 현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AI 시대의 균열선은 결국 '역량'입니다."
"The central fault line in the AI era is capability."
필립 셸레켄스(Philip Schellekens), UNDP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역시 2025년 2월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에서 같은 우려를 밝혔습니다. 지금 AI의 힘은 소수의 손에 쥐어져 있고, 그 간극은 좁혀져야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한눈에 보는 글로벌 AI 격차
▲ 시장 규모 : 향후 10년 내 25배 성장, 약 4.8조 달러 전망(UNCTAD)
▲ 거버넌스 소외 : 118개국이 국제 AI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UNCTAD)
▲ 자원 집중도 : 고소득국(인구 17%)이 AI 모델 87%·스타트업 86%·투자 91% 차지(World Bank)
▲ 데이터센터 : 고소득국 77% vs 저소득국 0.1% 미만(World Bank)
▲ 일자리 영향 : 전 세계 일자리 약 40%가 AI 영향권(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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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상 밖의 손을
내민 나라가 있습니다
Kimi K3와 중국의 글로벌 사우스 AI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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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6일, 중국의 AI 스타트업 문샷 AI(Moonshot AI)가 '킴 K3(Kimi K3)'라는 모델을 하나 내놨어요. 파라미터가 무려 2조 8,000억 개.
지금까지 나온 오픈소스 AI 중 가장 큰 규모였죠. 공개 하루 만에 한 코딩 랭킹에서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을 밀어내며, 중국 모델로는 처음으로 그 자리에 올랐어요.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개막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이렇게 말했어요.
"이 희귀하고 역사적인 기회를 잡아 오픈소스를 장려하라."
같은 자리에서 그는 29개국이 참여하는 AI 협력체 출범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왜 하필 '오픈소스'일까요? 미국의 수출 규제로 최첨단 반도체 접근이 막힌 중국 입장에서는, 소수 기업이 문을 걸어 잠근 '폐쇄형 최첨단 모델' 경쟁보다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는 '개방형 모델'로 판을 바꾸는 편이 유리하거든요.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2026년 3월 보고서에서 이걸 '투 루프(Two Loops)' 전략이라 불렀어요.
오픈모델을 계속 내놓는 혁신의 고리 하나, 그 모델을 제조업·물류·로봇 산업 전반에 심어 넣는 배치의 고리 하나. 이 두 고리가 맞물려 돌아간다는 거죠.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모델 Qwen(통이치엔원)은 2026년 1월 기준 허깅페이스 누적 다운로드 10억 건을 넘어섰다. 수출 규제는 최첨단 반도체가 배 위에 실리는 걸 막을 수는 있어도, 나이로비·자카르타·상파울루의 개발자가 그 모델 파일 하나를 내려받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처럼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런 대형 중국 오픈소스 모델이 꽤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어요. 말레이시아의 한 AI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가장 큰 모델을 원해요. 그런데 지금 서방 오픈소스 진영엔 그런 게 없거든요."
Tze Jin Shee, 말레이시아 Entermind AI 머신러닝 전문가
얼핏 보면 반가운 소식 같아요. 자원이 부족해 이 레이스에 명함도 못 내밀던 나라들이, 공짜로 최첨단급 지능에 손을 뻗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앞서 살펴본 격차를 메워주는 다리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여기서 질문.
다른 나라가 무료로 내어준 지능 위에 세운 서비스를, 정말 '내 나라의 지능'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하드웨어에 대한 의존을, 소스코드와 생태계에 대한 의존으로 바꿔치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소버린 AI라는 화두가 다시 한번 묵직하게 다가오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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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시대에도,
결국 사람이 먼저입니다
AI 격차를 줄이는 국제 협력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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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자국의 지능을 키우는 일과, 뒤처진 나라의 손을 잡아주는 일이 둘은 정말 양자택일의 문제일까요?
앞서 소개한 딥시크의 사례가 보여주듯, 개방과 협력은 오히려 후발주자가 격차를 좁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희망적인 신호는 여기서도 이어집니다.
UNDP 보고서는 부탄의 학교에 도입된 AI 튜터, 몽골의 AI 신용평가 시스템(약 4,000개 소상공인에게 7,000만 달러 이상의 소액대출 지원)을 소개합니다. 자원이 넉넉하지 않아도, AI가 실제로 삶을 바꾼 사례들입니다.
유네스코는 AI 스킬 연합(AI Skills Coalition)을 통해 개발도상국과 소외 계층을 중심으로 참가자 1만 명을 교육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 보고서 역시, 값비싼 초대형 모델만이 답은 아니라고 짚습니다. 가볍고 저렴한 '스몰 AI'가 이미 개발도상국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소버린 AI 경주의 결승선은 'GPU를 몇 장 가졌느냐'가 아닐지도 몰라요.
그 기술을 통해 누구의 언어가 살아남고, 누구의 목소리가 담기고, 누구의 다음 세대가 그 혜택을 누리는가. 이 질문에 얼마나 성실하게 답하느냐가 더 중요한 결승선 아닐까요.

(출처: Reuters)
우리가 할 수 있는 세 가지
1. AI 리터러시 키우기
소버린 AI가 왜 중요한지, 내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스스로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시작하기
2. 균형 잡힌 목소리 내기
기술 경쟁 못지않게, AI 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 협력 촉구를 위한 목소리 내기
3. 다음 세대의 배움 지지하기
지역 도서관·학교의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응원하는 작은 관심 가지기
서버 랙 사이를 채우던 그 팬 소리를, 다시 떠올려봐요. 그 소리는 어느 한 나라만의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갈 다음 세대의 배경음이 될 거예요.
지능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세상이 나뉘지 않도록, 지금 우리가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가 그 방향을 조금씩 바꿔갈 수 있어요.

글. 최연제 국장
더 읽어보면 좋을 글
참고자료
1. UNCTAD, "From divides to dialogue" — on the Technology and Innovation Report 2025
2. World Bank, Digital Progress and Trends Report 2025: Strengthening AI Foundations (2025.11.21)
3. UNDP, The Next Great Divergence: Why AI May Widen Inequality Between Countries (2025.12.02)
4. IMF, The Global Impact of AI: Mind the Gap, Working Paper No. 25/76 (2025.04)
5. CNBC / IMF, "IMF warns AI to hit almost 40% of jobs worldwide" (2024.01.15, Davos)
6. UN Secretary-General António Guterres, Remarks at the AI Action Summit, Paris (2025.02.11 보도)
7. NVIDIA Blog, "Every Country Needs Sovereign AI" — World Governments Summit, Dubai
8. Bloomsbury Intelligence and Security Institute (BISI), Sovereign Artificial Intelligence
10. The Wire China, "Surrounding American AI from the South" (2026.6.21)
11.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Two Loops: How China's Open AI Strategy Reinforces Its Industrial Dominance" (2026.3, uscc.gov 공식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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