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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NSIGHTS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상, 선학평화상재단입니다.

이중 사용(Dual-Use)이란?

기술은 언제나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태어난다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하는 안면인식 기술, 다들 매일 쓰시죠. 처음 목적은 단순했습니다. 잃어버린 휴대폰을 보호하고, 사용자를 편리하게 인증하기 위한 것이었죠.

그런데 같은 기술이 드론에 탑재되면 어떻게 될까요?

편리한 보안 기술이 어느 순간 누군가를 식별하고, 추적하고, 공격 대상을 고르는 기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여러 나라의 군 연구소에서는 동일한 AI 기술로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고, 자동으로 표적을 추적하는 무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바로 그 기술로 말이죠.

이것이 바로 국제사회가 말하는 '이중 사용(Dual-Use)'의 핵심입니다.

기술은 원래부터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을 돕는 얼굴, 다른 하나는 인간을 해칠 수 있는 얼굴이죠. 

불, 화학, 원자력, 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까지 — 인류의 위대한 발명은 언제나 이 두 얼굴 사이를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인공지능이라는 기술 앞에서 세계는 다시 한 번 거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중 사용'이란,
국제사회의 공식 개념

EU가 정의하는 이중 사용 품목(Dual-Use Items)

유럽연합(EU)은 이중 사용 품목(Dual-Use Items)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민간 목적과 군사 목적 모두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소프트웨어·기술."
유럽연합(EU) 이중 사용 품목 정의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이중 사용 기술, 두 얼굴 들여다보기

드론
택배 배송
군사용 공격
AI
의료 진단
자율살상무기체계
위성 기술
기상 관측
군사 정찰
화학 기술
비료 생산
독가스 제조

▲ 같은 기술이 민간(초록)과 군사(주황) 양쪽 목적 모두에 쓰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무기로 태어나는 기술,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첨단 기술은 처음엔 사람을 돕기 위해 등장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거의 예외 없이 군사 분야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합니다.

"인류를 위한 기술"과 "전쟁 기술" 사이의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얇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여러 번, 그 사실을 대가를 치르며 배웠습니다.

▲ 이중 사용(Dual-Use) 기술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입니다.출처: 선학평화상 공식 유튜브 채널


빛이 무기가 된 순간
원자력의 역설

맨해튼 계획과 히로시마, 그리고 NPT

20세기 초 과학자들은 원자 속에 엄청난 에너지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E=mc²가 그 가능성을 수식으로 증명했죠. 아주 작은 질량도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처음에 원자력은 인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할 기술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석탄과 석유의 한계에서 인류를 해방시켜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죠.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미국의 '맨해튼 계획'을 통해 원자폭탄이 개발됐고,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됐습니다. 두 도시는 파괴적 피해를 입었죠.

인류를 밝힐 빛이 될 줄 알았던 기술이,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무기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국제사회는 중요한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기술 발전만큼 중요한 건, 그 기술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점이었죠. 

그 결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탄생했습니다. 같은 원자력 기술이라도 어떤 방향으로 쓰이느냐에 따라, 발전소가 될 수도 있고 도시를 지우는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인류를 먹여 살린 기술이
인류를 질식시키다

하버-보슈 공정과 화학무기의 역설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인류 식량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한 과학자로 평가받습니다. 20세기 초 세계는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고 있었죠. 농작물을 키울 비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버는 공기 중 질소로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하는 '하버-보슈 공정'을 개발했고, 이 기술은 비료 생산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바뀝니다. 암모니아 제조 기술은 폭약과 독가스 생산 기술로 전용됐습니다. 심지어 하버 자신도 독가스 개발에 참여했죠.

1915년 이프르 전투에서는 염소가스 공격이 벌어졌고, 병사들은 폐가 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 질식해 죽었습니다. 인류를 먹여 살린 기술이, 인류를 질식시키는 무기가 된 것입니다.

국제사회는 그 이후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규칙은 언제나 비극이 벌어진 뒤에야 만들어졌습니다.


연결하려 했던 망이
전장이 되다

ARPANET에서 사이버전까지, 인터넷의 역설

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이중 사용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사실 인터넷은 군사적 필요에서 출발했습니다. 1960년대 미국 국방부는 핵전쟁 상황에서도 통신망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ARPANET을 개발했습니다. 오늘날 인터넷의 시작이죠.

하지만 인터넷은 민간에 개방되면서 정보혁명을 가져왔습니다. 사람들은 더 빠르게 소통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국경을 넘어 협력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국면을 살고 있습니다. 

국가 간 사이버 전쟁, 해킹 공격, AI 기반 가짜뉴스 ... 세계를 연결하기 위해 확장된 망이, 이제는 세계 안보를 흔드는 새로운 전장이 된 것이죠.

기술이 무기가 된 뒤, 규범까지 걸린 시간

원자력 — 히로시마(1945) → NPT(1968)

23년

화학무기 — 이프르(1915) → CWC(1993)

78년

AI 자율무기 — 논의 시작(2014) → 지금(2026)

12년째 진행 중, 구속력 있는 규범은 아직


AI의 이중사용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장에서 확산되는 AI 드론

왜 국제사회는 AI를 특별히 주목하는 걸까요?

AI는 암을 진단하고 재난을 예측하며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등 우리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AI는 군사 분야에서도 쓰일 수 있습니다. 표적을 식별하고, 드론을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전장 정보를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을 보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이중 사용 기술과는 다른 차원의 논쟁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런 우려는 더 이상 가상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AI 기술이 접목된 드론과 자동화된 표적 식별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가 규모의 무기 체계가 수행하던 임무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이 수행하기 시작한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접근성입니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본과 국가 규모의 시설이 필요하지만, AI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에는 오픈소스 AI 모델과 상용 드론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자율 시스템을 실험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이 군사적으로 활용될 때, 인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새 무기 경쟁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AI를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AI 자율무기,
무엇이 문제인가

유엔이 제시한 세 가지 우려

그래서 국제사회는 AI를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안보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유엔은 2024년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 보고서에서 몇 가지 중요한 우려를 제기하는데, 핵심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유엔이 제기한 AI 자율무기 3대 우려

① 판단 능력 : AI가 정말 인간처럼 복잡한 상황(장난감 총을 든 아이, 병원 근처 전투)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② 책임 소재 : 오폭이 발생하면 개발자·지휘관·국가·알고리즘,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③ 전쟁의 문턱 : 자국 병사의 희생이 줄어들면, 전쟁을 더 쉽게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요?

▲ 유엔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2024) 보고서


국제인도법은 전쟁 중에도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사람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계가 생사 결정을 내려도 괜찮을까요? 국제사회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만약 AI 무기가 민간인을 오폭한다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유엔은 "AI가 그렇게 판단했다"는 말은 책임이 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국제법은 결국 인간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입니다.

과거 전쟁은 자국 병사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자율 드론과 AI 무기가 보편화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사람이 직접 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면, 정치 지도자들이 군사 행동을 더 쉽게 선택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의미 있는 인간의 통제
기술이 아니라 원칙의 문제

Meaningful Human Control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우려는 추상적인 가정이 아닙니다. 

2025년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는 「군사 분야에서의 신기술 및 유망 기술의 인권적 함의」 보고서에서, 자율무기체계와 AI 기반 군사 기술이 인간의 통제와 책임 원칙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인간의 감독 없이 작동하는 AI가 결국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문제를 남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국제사회가 내놓은 답은 '의미 있는 인간의 통제(Meaningful Human Control)'입니다.

인간이 공격의 맥락을 이해해야 하고

인간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며

언제든 개입하거나 중단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인간과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결국 핵심은 하나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결정만큼은 기계에게 완전히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


이는 단순한 기술적 안전장치가 아니라, 생명과 죽음에 대한 최종 책임은 인간이 져야 한다는 국제법적·윤리적 원칙에 기반합니다.


기술보다 먼저,
규칙을 만들 수 있을까

비극 이후가 아니라 비극 이전의 규범

돌아보면 인류는 늘 비슷한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원자폭탄이 등장한 뒤 핵 규범을 만들었고, 화학무기가 사용된 뒤 화학무기 금지 협약을 만들었죠. 

언제나 기술이 먼저였고, 규칙은 나중이었습니다.

지금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이번에도 비극이 벌어진 뒤에 규칙을 만들게 될까요? 아니면 처음으로, 기술보다 먼저 규범을 만들 수 있을까요?

. . .

결국 문제는 AI가 아닙니다. 

기술은 언제나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 얼굴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하게 할지는,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글. 최연제 국장

참고자료

1. European Commission, Exporting Dual-Use Items — EU 이중 사용 품목 규정

2. United Nations,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 — 유엔 사무총장 보고서 (2024)

3. UN Human Rights Council Advisory Committee, Human Rights Implications of New and Emerging Technologies in the Military Domain

4.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ICRC), Autonomous Weapon Systems

5. Human Rights Watch, UN: Start Talks on Treaty to Ban Killer Robots (2025)

6. UN News, António Guterres calls autonomous weapons "politically unacceptable and morally repugnant" (2025)

7. Geoffrey Hinton, Nobel Banquet Speech (2024) — Nobel Prize 공식 홈페이지(nobelprize.org) 게재

8. The Guardian, AI's Oppenheimer moment: autonomous weapons enter the battlefield (2024)

9. Stop Killer Robots Campaign, Closing Statement to the UN GGE on LAWS

10. United Nations CCW GGE, Group of Governmental Experts on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


Sunhak Peace 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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