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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구온도 칼럼 (국문) - 미리보기

Q. 습구온도(Wet-Bulb Temperature)란?

습구온도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해, 땀이 얼마나 잘 증발하고 우리 몸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식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온도입니다.

습구온도는 쉽게 말해 ‘습한 공기 속에서 우리 몸이 실제로 견뎌야 하는 더위’를 나타냅니다. 전통적으로 습구온도가 35°C에 이르면 인간의 체온 조절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그늘에서 쉬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만으로는 몸의 열을 식히기 어려워지는 수준이죠.

Q. 습구온도가 중요한 이유는?

▲ 높은 기온과 습도가 우리 몸의 냉각 기능을 방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출처: 선학평화상

◎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우리 몸에는 아주 효과적인 냉각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땀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피부에서 나온 땀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몸이 과열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하지만 공기 중에 수분이 너무 많으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땀이 피부에 맺혀 있어도 잘 증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그늘에서 쉬더라도 몸이 열을 내보내기 어려워지고, 심하면 열탈진이나 열사병,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습구온도가 35°C에 가까워지면 체온을 낮추는 기능이 몇 시간 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더구나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 야외 노동자처럼 더위에 취약한 사람들은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

◎ 생태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습구온도 상승은 사람에게만 영향을 주는 문제가 아닙니다. 높은 열과 습도는 동식물의 서식지를 바꾸고, 농작물과 가축의 생존에도 부담을 줍니다. 냉방을 위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 전력망과 환경에 더 큰 압력이 가해지기도 하죠.

높은 습구온도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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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습구온도는 어떻게 측정할까요?

◎ 습구온도 측정 방법

측정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전통적인 습구온도계는 두 개의 온도계를 사용해요. 하나는 공기의 실제 온도를 재는 건구온도계이고, 다른 하나는 끝부분을 물에 적신 천으로 감싼 습구온도계입니다.

젖은 천의 물이 증발하면 주변의 열을 빼앗아 온도계의 수치가 내려갑니다. 공기가 건조할수록 증발이 활발해져 수치가 더 낮아지고, 공기가 습할수록 증발이 어려워져 일반 기온과 비슷한 값이 나타나죠. 이때 측정된 온도가 바로 습구온도입니다.

▲ 젖은 천의 물이 증발하며 온도계의 열을 빼앗는 원리를 보여주는 도표입니다.출처: Climate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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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구온도 수치 읽기

습구온도를 알면 그날의 더위가 우리 몸에 얼마나 위험한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도 델리처럼 고온과 높은 습도가 함께 나타나는 지역에서는 일반 기온만큼이나 중요한 지표예요.

전통적으로 알려진 인간의 생존 한계는 습구온도 35°C입니다. 위 수치를 보면 당시 델리의 더위가 얼마나 위험한 수준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죠. 2022년 여름 델리에서는 극심한 폭염으로 16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2022년 여름 인도 델리에서는 습구온도가 인간의 생존 한계로 알려진 35°C에 가까워지거나 이를 넘어섰습니다.출처: Getty Images Plus

안타깝게도 비슷한 위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4년 파키스탄을 비롯한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심각한 폭염이 이어졌고, 2025년에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수많은 주민이 장기간 극심한 열 스트레스에 노출됐습니다.

세계은행은 극심한 더위가 인도의 일부 지역을 사람이 생활하기 매우 어려운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물 부족과 토양 악화가 겹치면 농업과 축산업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요.

지구온난화가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궁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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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후변화와 습구온도는 어떤 관계일까요?

◎ 지구온난화가 만드는 더 뜨겁고 습한 공기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면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습니다. 기온과 습도가 함께 높아지는 날이 늘어나면 습구온도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되죠.

2020년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1979년부터 2017년까지의 전 세계 기상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인도 동부 해안과 북서부를 비롯해 파키스탄, 홍해 연안, 캘리포니아만, 멕시코만 남부 등에서 매우 높은 습구온도가 이미 관측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전 세계에서 일일 습구온도가 최소 31°C를 기록한 지역을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노란색과 붉은색이 진할수록 더 높은 수치가 관측된 지역입니다.출처: Science Advances

◎ 미래 기후 예측 시나리오

2021년 영국 기상청이자 기후 연구기관인 메트 오피스(Met Office)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에 따라 열 스트레스 위험이 어떻게 달라질지 분석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C 상승할 경우, 극단적인 열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인구는 약 6,800만 명에서 약 10억 명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4°C 상승 시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극심한 열 스트레스 위험 지역에 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세계기상기구(WMO)가 2025년에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인구의 71%인 약 24억 명이 과도한 더위에 노출돼 있습니다. 폭염은 매년 수많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수천만 건의 산업재해와 연결되고 있어요.

▲ 전 세계 노동인구의 71%인 약 24억 명이 과도한 더위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출처: WHO·WMO, Climate Change and Workplace Heat Stress, 2025

◎ 유럽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극심한 더위는 남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교적 온화한 기후로 여겨졌던 유럽에서도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되고 있어요. 남유럽에서는 45°C를 넘는 기온이 관측되고, 여러 국가가 기존 최고기온 기록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유럽이 더위에 취약한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많은 주택이 추운 겨울에 열을 보존하도록 지어졌고, 일부 지역은 냉방시설 보급률도 높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노인과 저소득층, 혼자 사는 사람들은 긴 폭염이 이어질 때 더 큰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WHO는 유럽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대륙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의 폭염 사망 연구들도 기후변화가 치명적인 더위를 더 자주, 더 강하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메트 오피스는 습구온도 32°C 이상에서도 취약계층과 야외 노동자가 극심한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이러한 조건은 더 많은 대륙과 도시에서 반복될 수 있어요.

▲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4°C 상승했을 때, 습구온도 32°C 이상인 날이 연간 10일 넘게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보여주는 지도입니다.출처: Met Office

기후과학자 매튜 후버(Matthew Huber) 교수는 이번 세기 말이 되면 습구온도 35°C에 가까운 극단적인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흔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때 이론적인 한계로만 여겨졌던 숫자가 우리의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 폭염에 취약한 사람을 지금 보호하는 일과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장기적인 행동이 함께 필요합니다.출처: 선학평화상

습구온도 상승은 기후변화가 인간의 몸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보여줍니다. 지금처럼 기온과 습도가 계속 높아진다면 더 많은 지역이 일하고, 생활하고, 식량을 생산하기 어려운 곳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국가와 도시는 폭염 경보 체계, 무더위쉼터, 안전한 노동 기준, 의료 대응, 기후에 견디는 건축물을 마련해야 합니다.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더 위험한 미래를 막아야 하죠. 다시 말해, 오늘의 생명을 지키는 일과 내일의 온도를 낮추는 일이 함께 필요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재활용을 하고 전기를 조금 아끼는 것만으로 정말 달라질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맞습니다. 개인의 실천만으로 기후위기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폭염에서 지키고, 지역사회의 대비를 강화하며, 더 큰 정책 변화를 만드는 힘이 될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섯 가지

1. 폭염 속 이웃을 살피기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혼자 사는 어르신과 주변 이웃의 안부를 확인합니다.

2. 야외 노동자의 안전을 지지하기
물과 그늘, 충분한 휴식시간과 명확한 폭염 안전기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3. 무더위쉼터 정보 나누기
가까운 냉방시설과 지역 지원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알려줍니다.

4. 일상 속 배출 줄이기
불필요한 전기를 끄고, 대중교통과 걷기·자전거를 활용하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합니다.

5. 더 큰 기후행동에 힘 보태기
온실가스를 줄이고 폭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과 지역사회의 활동을 지지합니다.

작은 실천 하나가 오늘 폭염에 처한 누군가의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다음 세대가 물려받을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더 큰 변화도 만들 수 있죠.

지금 서로를 보호하고 지구가 더 뜨거워지는 속도를 늦추는 일은, 기후에 대한 책임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의 약속입니다.

글. 최연제 국장


Sunhak Peace Prize

미래세대는 현세대의 생물학적 자손을 넘어 현세대가 직접 만날 수 없는
미래의 인류 일반을 의미합니다.

현세대가 행하는 모든 행위는 미래세대에게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주기에
우리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