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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NSIGHTS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상, 선학평화상재단입니다.

넷제로를 향해 달리는 전기차

기후위기가 깊어질수록 전기차로의 전환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전기차는 일부 얼리어답터의 선택이 아니라,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주인공이 됐어요.

2022년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가 2021년 660만 대에서 2025년 2,060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전망이 거의 현실이 됐다는 점이에요. 2025년 실제 판매량은 2,000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3년 전의 예상이 숫자 하나 차이로 맞아떨어진 셈이죠.

▲ 2022년 BNEF가 예측한 '2025년 2,060만 대'는 실제로 거의 정확히 들어맞았습니다. 2025년 실제 판매량은 2,000만 대를 넘었고, 2026년엔 2,300만 대로 늘어날 전망입니다.출처: IEA, Global EV Outlook 2026

당시 BNEF는 유럽과 중국이 2025년 세계 전기차 판매의 대부분을 이끌 것으로 봤습니다. 실제 시장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어요. 특히 중국은 가격과 생산 규모를 앞세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2021년 기준 차종별 전기차 판매현황입니다.출처: BNEF

전기차의 확산은 자동차 시장만 바꾼 것이 아닙니다. 2025년에는 전기차가 하루 약 120만 배럴의 석유 수요를 대신한 것으로 추산됐어요. 반면 내연기관차 판매는 2017년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자동차의 변화가 정유산업과 에너지 시장의 미래까지 흔들기 시작한 것이죠.

가장 앞서간 나라는 노르웨이입니다. 2025년 신규 승용차 판매의 약 96%가 순수 전기차였어요. 새 차를 산다면 전기차를 고르는 일이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거의 기본값이 된 셈입니다.

노르웨이가 비율로 시장을 이끈다면, 중국은 규모로 판을 바꾸고 있습니다. 2025년 중국에서는 신차 두 대 가운데 한 대 이상이 전기차 계열의 신에너지차였어요. 세계 전기차 시장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옮겨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죠.

▲ 노르웨이는 90%에서 96%(순수 전기차 기준)로, 중국은 20%에서 55%로 3년 만에 보급률이 급격히 상승했습니다.출처: IEA, Global EV Outlook 2026

수요층이 두터워지면서 중국은 직접 구매보조금에만 의존하던 단계에서도 조금씩 벗어나고 있습니다. 시장이 정책의 보호를 받는 신생 산업에서, 스스로 경쟁하는 주력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죠.

전기차가 주행 중에는 친환경인데…….

이쯤 보면 전기차가 탄소중립 시대의 확실한 해답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조금 복잡해져요.

일각에서는 전기차도 그린워싱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배출가스가 없으면 정말 친환경일까요?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과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 폐기까지 함께 보면 답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린워싱(Greenwashing): 녹색(Green)과 세탁(Whitewashing)의 합성어로 위장환경주의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린워싱에 대한 선학평화상 기존글 바로가기: http://www.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586)

전기차를 비판하는 쪽은 자동차 한 대가 태어나 폐기될 때까지의 전 과정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생애주기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라고 해요. 도로 위 배출가스만이 아니라 원료 채굴, 차량 생산, 발전, 폐기까지 모두 계산해보자는 것이죠.

논쟁의 중심에는 배터리가 있습니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를 만들고 처리하는 데 많은 에너지와 광물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그 에너지가 화석연료에서 온다면, 전기차의 탄소발자국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km 당 이산화탄소배출량 (한국 환경부)

2016년 한국 환경부 자료에서는 주행 1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전기차 86.9g, 디젤차 137g, 가솔린차 177g으로 나타났습니다. 운행 단계만 놓고 보면 전기차가 가장 낮았어요.

◎ 생산·폐기과정의 이산화탄소배출량

하지만 생산과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만 비교해 보면 결과가 조금 달라집니다. 차량 생산과 폐기 단계의 배출량을 주행거리 1km 기준으로 환산하면, 전기차는 49.12g, 디젤차와 가솔린차는 각각 44.55g으로 집계됐습니다. 배터리 생산 부담이 초기 배출량을 끌어올린 것이죠.

▲ 폭스바겐이 제시한 생애주기평가(LCA)의 4단계 개념도입니다. 공급망, 생산, 주행, 재활용 각 단계에서 탄소를 줄이는 전략을 보여줍니다.출처: Volkswagen AG

◎ 전 과정을 놓고 보면 어떨까요?

국제청정교통협의회(ICCT)의 2025년 유럽 연구는 이 질문에 더 정교한 답을 줍니다. 가솔린차의 생애주기 배출량은 km당 235g, 디젤차는 234g인 반면, EU 평균 전력망을 쓰는 전기차는 63g으로 나타났어요. 가솔린차 대비 73% 낮은 수준입니다.

전기차는 배터리 생산 때문에 처음 만들어질 때는 내연기관차보다 약 40%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하지만 이 초기 부담은 주행을 시작한 지 1~2년, 약 1만 7,000km를 달리면 상쇄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 뒤로는 전기차가 쭉 앞서 나가는 셈입니다.

결국 핵심은 같습니다. 전기차의 환경성은 자동차 자체보다 배터리 생산과 전력원의 구성에서 갈립니다. 깨끗한 전기로 오래 달릴수록 전기차의 장점은 커져요.

배출가스는 줄었지만 배터리의 부담은 남습니다

◎ 배터리 생산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발생

전기차 배터리에는 리튬·니켈·코발트 같은 핵심 광물이 들어갑니다. 이 광물을 채굴하고 제련하는 데는 많은 물과 에너지가 필요해요. 그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고, 토양과 수질이 오염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도로 위의 배출가스가 사라졌다고 해서 환경 부담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닌 셈이죠.

영국 채널4의 시사프로그램 Unreported World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채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보호장비가 부족한 광산과 주변 환경오염 문제는 전기차의 깨끗한 이미지 뒤에 또 다른 비용이 숨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채굴현장입니다.출처: Unreported World, 영상 보기

세계 코발트 공급의 상당량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정 지역에 채굴 부담이 몰리면 환경오염뿐 아니라 공급망의 불안정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와 희소 금속의 양을 줄이거나,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 소듐이온 배터리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요.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주행 중 배출가스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배터리를 어떤 광물로 만들고, 얼마나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며, 사용이 끝난 뒤 어떻게 재활용하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쓰고 난 폐배터리는 어디로 갈까요?

◎ 배터리 폐기 시 이산화탄소 발생

배터리는 다 쓰고 난 뒤에도 문제를 남깁니다. 여러 금속과 전해질이 들어 있는 폐배터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화재토양·수질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린피스는 2030년 세계 폐배터리 발생량이 연간 약 1,200만 톤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아직 많은 나라에서는 폐배터리를 별도 시설에 보관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사용과 재활용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다행히 배터리의 두 번째 삶을 만드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성능이 떨어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다시 쓰거나, 분해해 리튬·니켈·코발트 등을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SNE리서치는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50년 약 6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쓰레기로 보이던 배터리가 새로운 자원 광산으로 바뀌는 셈이죠.

▲ 전기차 배터리를 태양광 모듈로 활용한 네덜란드 요한크루이프 아레나입니다.출처: 일렉트렉

독일의 재활용 기업 뒤젠펠트(Duesenfeld)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니켈·망간·코발트·리튬 등을 회수해 최대 96%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로 달리는 전기차

전기차가 무엇을 먹고 달리는지도 중요합니다. 충전 전력이 석탄과 가스에서 온다면, 배기관에서 사라진 탄소가 발전소 굴뚝으로 옮겨갈 뿐일 수 있어요.

그래서 전기차 전환은 재생에너지 전환과 함께 가야 합니다. 자동차만 바꾸고 전기는 그대로라면, 기대한 만큼의 감축 효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죠.

▲ 태양광을 활용한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 이미지입니다.출처: 테슬라

테슬라는 태양광 발전과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인 '파워월'을 결합해, 집에서 만든 전기로 자동차를 충전하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자동차와 집, 전력망이 하나의 에너지 생태계로 연결되는 모습입니다.

폭스바겐은 재생에너지로 충전할 경우 전기차의 주행 관련 배출량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같은 전기차라도 어떤 전기를 쓰느냐에 따라 기후효과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죠.

친환경 교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전기차의 탄소배출량은 국가의 전력 구성, 차량 크기, 배터리 생산지, 주행거리계산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연구마다 숫자는 조금씩 다르게 나와요. 다만 최근의 생애주기평가들은 대체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기후에 유리하다는 쪽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초기 연구 가운데 일부는 전기차의 배터리 생산 부담을 크게 봤지만, 이후 배터리 공정과 전력망이 개선되면서 평가도 달라졌습니다. 기술이 변하면 답도 함께 바뀌는 분야인 셈입니다.

배터리 제조 배출량을 지나치게 높게 잡거나, 배터리 수명을 짧게 가정하고, 미래에도 전력망이 계속 화석연료에 머물 것이라고 보는 계산은 실제 효과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급망의 인권과 폐배터리 문제를 빼고 주행 배출만 보는 계산도 충분하지 않아요.

앞서 살펴본 ICCT의 2025년 연구가 바로 이 최신 흐름을 보여줍니다. 전기차의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가솔린차보다 73% 낮다는 결과가 그것이죠.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의 전력망이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 유럽 전력망이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전기차의 생애주기 탄소배출량 추정치도 2021년 83g/km에서 2025년 63g/km로 낮아졌습니다. 가솔린차(235g/km) 대비 73% 낮은 수준입니다.출처: ICCT, 2025

▲ 국가별 내연기관차(ICEV)와 전기차(BEV)의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한 자료입니다.출처: ICCT

2050년 넷제로를 향한 교통 전환은 더 빨라져야 합니다. 여러 국제 시나리오는 2030년과 2035년 사이 무공해차 판매 비중을 급격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목표는 분명하지만, 자동차만 많이 바꾼다고 완성되는 전환은 아닙니다.

결국 질문은 “전기차가 좋은가, 나쁜가”가 아닙니다. 어떤 전기로 충전하고, 어떤 광물로 만들며, 다 쓴 배터리를 어떻게 되돌려 쓸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만큼, 자동차에 덜 의존하는 도시와 생활을 만드는 일도 필요해요.

친환경 교통, 오늘부터 바꿀 수 있는 세 가지

1.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 밖에서
걷기와 자전거는 배터리도 연료도 필요 없는 가장 확실한 무공해 이동입니다.

2. 혼자 타는 차보다 함께 타는 교통
버스와 지하철을 먼저 선택하면 같은 이동을 훨씬 적은 에너지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3. 자동차의 앞뒤까지 살펴보기
차량의 연비뿐 아니라 전력원, 배터리 원료, 재활용 정책까지 관심 있게 살펴보세요.

전기차는 완벽한 친환경 기술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연기관차로 돌아갈 이유도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기차를 무조건 찬양하거나 의심하는 일이 아니라, 더 깨끗하고 공정한 이동 생태계를 만드는 일입니다.

자동차의 엔진 하나를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고, 전기를 만들고 광물을 캐고 배터리를 되살리는 방식까지 함께 바꿀 때 비로소 전기차는 넷제로를 향해 제대로 달릴 수 있습니다.

글. 최연제 국장



Sunhak Peace 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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