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안보(Human Security)란?
―인간안보(Human Security)란? ―인간안보란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누구나 두려움과 결핍에서 벗어나 존엄 있게 살아갈 권리를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기후, 빈곤, 불평등 같은 보이지 않는 위협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흔들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15세 방글라데시 소녀 이야기―방글라데시의 15살 소녀 바나니는 더 이상 교실에 앉아 있지 못합니다.사이클론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뒤, 바닷물은 농지를 덮쳤고, 땅은 소금기를 머금어 쓸 수 없게 됐습니다.가족의 생계는 무너졌고, 바나니는 책가방 대신 결혼을 강요받았습니다.“많은 친구들이 저처럼 결혼하거나 생계를 위해 일을 하러 떠났어요.”현지 교사의 말은 더 냉혹합니다. “지난 2년간 14-18세 학생의 15-20%가 학교를 떠났고, 그중 60%는 여학생입니다.”전쟁도, 총탄도 없었으나 기후 재난은 한 소녀의 배움과 미래를 빼앗아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전쟁, 인간안보(Human Security)가 무너진 모습입니다.―인간안보란?―“안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군대, 총, 국경을 떠올립니다.하지만 오늘날의 진짜 위협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기후재난으로 무너진 집,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클릭 한 번으로 퍼지는 가짜뉴스, 디지털 격차 속에서 배움과 정보에서 소외되는 사람들… 이것이 21세기의 새로운 전장입니다.깨끗한 물, 안전한 집, 믿을 수 있는 정보, 차별 없는 사회…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 하나하나가 사실 모두 ‘안보’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인간안보(Human Security)입니다. 국가가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둔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이죠.전통적 안보가 국가와 군사력 중심으로 ‘외부 위협 차단’에 초점을 맞췄다면, 인간안보는 사람 한 사람의 삶, 존엄, 권리, 그리고 안전을 지키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인간안보는 무기 대신, 인간 존엄을 지키는 방식이다.”— 마하부불 하크(Mahbub ul Haq), 인간개발 개념 창시자“인간안보란, 폭력, 질병, 기아, 재난, 불평등, 억압 등 삶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로부터 개인이 존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상태”— UNDP 『Human Development Report』 (1994)―인간안보의 7대 영역―인간안보는 추상적 개념이 아닙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매 순간, ‘오늘 내가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과 직결되죠.UNDP는 이를 7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1. 경제적 안보 (Economic Security)배고픔이나 집세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소득을 벌 수 있는 권리입니다.• 전 세계 극빈층: 약 8억 명• 코로나19로 실직한 인구: 약 1억 명출처: World Bank, 2022 2. 식량 안보 (Food Security)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충분한 식량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 기아 인구: 8억 3천만 명출처: FAO 3. 보건 안보 (Health Security)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 받고,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입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 고소득국 75% vs 저소득국 30% 미만출처: WHO 4. 환경 안보 (Environmental Security)기후위기, 재해로부터 안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 2022년 파키스탄 홍수: 3,300만 명 이재민 발생출처: UNHCR 5. 개인 안보 (Personal Security)폭력, 학대,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받을 권리입니다. • 여성의 약 33%, 생애 중 성폭력 경험출처: UN Women 6. 공동체 안보 (Community Security)문화, 정체성, 소수자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받는 환경입니다. • 예: 로힝야족, 야지디족 등 소수종교·민족 박해 (관련 단체: Amnesty, Human Rights Watch 등) 7. 정치적 안보 (Political Security)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 2022년 기준 민주주의 후퇴 국가: 60개국 이상출처: Freedom House―왜 지금, 인간안보가 절실할까?―우리는 지금 ‘위기 종합세트’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전쟁, 기후 재난, 감염병, 디지털 감시, 가짜뉴스…. 문제는 이런 위협이 하나씩 따로 오는 게 아니라, 서로 얽히고 꼬이면서 우리 삶을 흔든다는 점입니다. UNDP는 이런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의 인간안보”라고 부릅니다. 인류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인류세란?UNDP의 『New Threats to Human Security in the Anthropocene(2022)』 보고서에서는 특히 5가지의 위협을 꼽습니다. 1. 기후위기(Climate change) : 더 잦아진 폭우, 더 뜨거워진 여름,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기후 재난2. 건강·감염병 위기(Health risks) :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삶과 안전을 흔드는 시대3.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 인터넷에 연결되지 못하는 사람은 정보와 기회에서도 멀어집니다. 4. 분열과 불신(Mistrust & polarization) : 서로를 믿지 못하면, 사회 전체가 흔들립니다.5. 갈등과 폭력(Conflict & violence) : 전쟁뿐 아니라, 일상 속 폭력과 억압도 안전을 위협합니다. 인류세(Anthropocene) 시대, 인간안보의 새로운 위협 구조출처: UNDP 『2022 Special Report on Human Security』―인간안보의 현주소―다음 숫자들을 보면, 인간안보가 단순한 추상적 개념이 아님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기후재해로 집을 잃은 사람 : 연간 3,390만 명 발생 (IDMC)• 굶주리는 인구 : 8억 3천만 명 이상 (FAO)• 폭력 피해 여성 : 세계 여성의 약 33% (UN Women)• 백신 접종률 : 선진국 75% vs 저소득국 30% 미만 (WHO)• 인터넷 접근 : 선진국 90% vs 개도국 40% 미만 (ITU)―가장 심각한 인간안보, 기후변화―기후변화는 단순히 날씨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즉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 늘어나는 경우(RCP 8.5)에는,2100년까지 기후로 인한 사망률이 암이나 심장병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은 심혈관 질환, 감염병 사망률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기후 대응은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인간안보 문제인 셈입니다. Q. 기후변화와 질병 사망률, 무슨 관계일까?연구자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미래의 질병 사망률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했는데요, 그 결과가 바로 아래 그래프에 담겨 있습니다.• 빨간색 막대: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최악의 경우(RCP 8.5)• 파란색 막대: 배출을 줄여 중간 수준으로 관리했을 경우(RCP 4.5)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지역별 질병 사망률 예측출처: UNDP 『2022 Special Report on Human Security』주목할 포인트는 이렇습니다.1. 아랍 국가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빨간색 막대가 솟으며,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합니다.2. 선진국에서도 심혈관 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오르지만, 상대적으로 증가폭은 작습니다.여기서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기후 위기의 영향은 자원이 제한된 국가와 지역에서 훨씬 더 크게 나타나며, 이는 결국 글로벌 공동체 전체의 인간안보와 직결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후 대응은 각국과 개인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공동의 과제입니다. 기후위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기후난민이란?기후취약국이란?기후정의란?―인간안보, 어떻게 지킬까?―UNDP는 인간안보가 단순히 “보호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Agency)과, 서로를 신뢰하고 연결하는 연대(Solidarity&Trust), 개인의 역량(Empowerment)과 사회적 안전망(Protection) 위에 인간안보가 세워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Agency(자율성): 나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 Solidarity(연대): 서로 연결될 때 사회 전체가 더 강해집니다. • Empowerment(역량 강화):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이 생길 때 삶은 달라집니다. • Protection(보호):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이 있어야 불안을 줄일 수 있습니다. • Trust(신뢰): 이 모든 것을 지탱하는 토대입니다. 즉, 오늘날의 인간안보는 “나 혼자 안전한가?”가 아닙니다. 마치 숲속 나무들이 뿌리로 연결되어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듯이, 진짜 물음은 “우리가 모두 함께 안전한가?”가 되어야 합니다. 인류세 시대의 인간안보를 위한 5대 핵심 요소의 상호작용 구조출처: UNDP 『2022 Special Report on Human Security』―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물론 있습니다. 인간안보는 바로 우리의 일상에서 시작됩니다.우리가 서로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는 방식으로 살아갈 때, 세상은 조금 더 안전하고 따뜻해집니다. 1. 공정무역 제품 구매하기• 왜? 아동노동·착취 없는 생산을 지지하는 소비는 경제적 인간안보를 지지하는 행동입니다.• 어디서? fairtrade.net / Fair Trade Certified2. 젠더폭력 감지 및 신고 앱 설치하기• 왜? 여성과 소수자의 개인안보는 구조적으로 위협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The Frontier Technologies Hub 등 실시간 감지 및 신고 도구 사용3. 디지털 기기 기부 + 디지털 문해력 교육 참여• 왜? 디지털 불평등은 정보 인권을 위협합니다.• 어떻게? compudopt.org / Human-I-T 등 플랫폼 활용4. 제로 웨이스트 + 기후시민 캠페인 동참• 왜? 기후위기는 환경안보의 가장 큰 위협입니다.• 어떤 캠페인? 350.org(350),Climate Action Network (CAN)(Climate Action Network, 등 캠페인 참여5. 지역 커뮤니티 활동 참여• 왜? 사회적 고립, 고령자 문제, 지역 재난은 공동체 안보와 직결됩니다.• 예시: 청년정치참여, 커뮤니티 가드닝, 사회적기업 인턴십 참여6. 소셜미디어에서 디지털 행동주의 실천하기• 왜? 해시태그 하나, 짧은 영상 하나가 전 세계 연대를 만드는 힘이 됩니다.• 어떻게? 글로벌시티즌(Global Citizen), TikTok 기후 캠페인 참여, #KeepItOn(인터넷 셧다운 반대) 해시태그 공유, 인스타그램 릴스·밈으로 인권·환경 메시지 확산―평화는 ‘나의 하루’로부터 시작됩니다―오늘 내가 내리는 작은 선택이, 누군가의 배움,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됩니다.공정무역 커피 한 잔, 디지털 공간에서 혐오를 멈추는 한마디, 텀블러 하나.누군가의 안전을 지키는 나의 하루가, 결국 나를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 것입니다. 글: 최연제 국장같이 읽으면 좋은 글 :인류세란?기후난민이란?기후취약국이란?기후정의란?참고문헌 및 출처 :•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UNDP). 2022 Special Report on Human Security. New York: UNDP, 2022.
2025.12.03